미국 보스톤의 파이어 플레이크 어시장이 세계적인 관광지라면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횡성시장이 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비가 새지 않는 시장'.
재래시장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시장 리모델링에 성공한 강원도 횡성시장에 전국 각지의 상인,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120년만에 찾아든 사활의 기로
2천200평에 161개 점포가 있는 강원도 횡성시장은 5일장을 중심으로 120여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1981년 슬라브 건물로 신축됐으나 지은지 20년이 넘어 비만 오면 물이새고, 바닥에 고인 물 때문에 장보기도 어려웠다.
거기에 인근 원주에 대형소매점이 들어서면서 30%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는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다른 변신을 향한 기회. 위기를 느낀 시장 상인들이 조합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가 정부의 재래시장 현대화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161개 점포 가운데 140개 점포가 참가한 공사에는 27억3천만원(상인 자부담 7억3천만원)이 들어갔다.
리모델링은 골목별, 구역별로 진행됐다.
건물 뼈대만 남겨두고 모두 덜어냈다.
바닥을 정리하고, 진열상품은 구역선 안으로 넣어 통로를 넓혔다.
천정은 흰색과 분홍색의 불연재 판넬로 단장해 조명을 켰고, 간판도 디자인과 색상을 통일해 아름답게 만들었다.
전기.소방시설을 정비해 화재위험 요소를 없애고 상.하수도, 화장실도 완벽하게 정비했다.
가게별 셔터를 없애고 강화유리를 설치, 분위기를 밝게 바꿨다.
◆뼈대만 남기고 다 바꿔!
횡성시장의 '변신'은 쉽지 않았다.
임대상인과 건물주의 자부담 분담비율에서부터 상인들에게 사업 동의서를 받기까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조합을 중심으로 단결, 하나 둘씩 해결했다.
'시장의 외관'이 바뀌면서 하면된다는 자신감을 갖게되자 상인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주차불편을 덜기 위해 인근 주차장을 무료로 쓰게 하고, 신용카드 사용도 본격화했다.
삼성카드는 '횡성시장 보너스 클럽' 카드를 만들어 포인트를 적립, 사용하게 했다.
시장이 바뀌자,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대형소매점으로 원정 장을 보러 다니던 횡성군 주민들의 반수가 다시 횡성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서 매출이 30%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
희정빵집 손경자(58.여)씨는 "시장이 깨끗해지면서 손님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원주에서 횡성시장을 찾은 이금수(43.여.원주시 명륜동)씨는 "리모델링 후 횡성시장을 처음 찾았는데, 깨끗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성공하자, 전국 시장에서 200여차례 견학을 다녀갔다.
방문인원은 3천명이 넘는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도 경기도 화성 사강시장 상인들이 견학을 왔다.
사강시장 건물주 김순자(53.여)씨는 "시장이 살아야 건물주도 사는 만큼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 번째 견학온 사강시장 번영회장 이병길(61)씨는 "400여개 점포 가운데 절반이 문을 닫아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에서 왔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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