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불참도 분명한 의사표시라고 우기는데, 억지로 끌고 나갈 수도 없고…".
포항공단 한 대형업체 인사담당 임원 ㅇ씨는 12일 오전 간부회의를 마친 뒤 "14일과 16일 휴가를 떠나겠다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휴가신청자가 더 늘어날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휴가를 불허하면 인터넷 게시판에 음해.비방글을 올릴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속이 뒤집힌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체 간부 ㄱ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는 16일 휴가를 내고 회사 휴양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신청자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다수 휴가 예정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나들이에 나서겠다고 말하지만 그다지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17대 총선 투표일인 15일을 전후한 14일과 16일 휴가를 가겠다는 직장인들이 최근 늘고 있다.
포항공단의 한 업체에 따르면 평소 주중 휴가자가 40명 수준이었으나 이번 주 휴가 신청 문의자가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주중 휴가신청자가 평소의 4, 5배에 달하는 것을 알려졌다.
14일 하루 휴가를 내면 선거일까지 이틀 연휴고, 이어 16일만 근무하면 주5일제 근무로 토.일요일이 휴무여서 징검다리 연휴가 가능하다. 또 16일 휴가원을 내면 내리 나흘간 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정당 및 후보자간 우열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자 '나 하나쯤 기권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유권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빚어진 현상이다.
경주의 한 콘도미니엄 관계자는 "지난주 중반까지는 14일 이후분 객실에 여유가 있었으나 주말을 넘기면서 거의 소진됐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14일부터 주말까지 객실 예약이 완료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14일 직장인 단체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숙박한다면, 이튿날 다시 주소지로 돌아가 투표를 하겠느냐"고 했다.
14일 이후 제주.경주.설악산 등 국내 유명관광지 호텔도 사실상 예약이 끝났으며,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공단 한 업체 대표 박모(50)씨도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니 투표할 마음이 없다며 기권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 변명일 뿐이고 투표일을 단순한 공휴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