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특수목적고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 진학 열풍은 여전히 거세다.

'사교육비 경쟁은 특목고 입시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왜 특목고냐'가 문제다.

말 그대로 외국어나 과학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특수목적 고등학교'이지만, '특목고=명문대 진학'이라는 이상한 등식이 생긴 지 오래다.

외국어고를 졸업한 뒤 의대에 진학하고, 과학고 출신들이 법대에 들어간다.

그 결과 명문대는 이들이 점령하는가 하면, 어느 새 특목고는 평준화의 틀을 합법적으로 벗어나 '틈새시장'이 돼버렸다.

▲이 같은 파행은 청년실업과 고용 불안, 평균 수명 연장과 정년 단축 등 신자유주의적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특수한 목적을 위한 학교가 이렇게 변질됐다면 형평성을 따지기 전에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옳다.

공교육은 소수의 특권층에 특별히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중3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들이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을 둘 수 없도록 사실상 선택을 막을 움직임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일 이런 내용을 담은 7차 교육과정 수정고시 방안을 논의, 오는 8월 손질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되면 외국어고생이 의대 진학이 힘들어지고, 과학고생이 법대에 들어가기 어려워지게 된다.

▲지난 1997년 고시된 7차 교육과정은 2002년부터 고교에 적용되고 있으며,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총 교과이수 단위의 10%(19단위)를 늘려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설립 취지와 다른 진학이 가능해 파행으로 치닫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10%를 전문 교과에만 한정하기 때문에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외국어고의 경우 동일 계열 외에 인문.사회 계열 진학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 대응하려면 근시안에서 벗어나 넓게 멀리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학생들이 자기의 개성을 살려 진학할 수 있도록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가 많이 세워지고 이들 학교가 원래 목적에 맞게 운영된다면 교육의 다양성과 영재 양성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사실은 더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단순히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선호되는 '특목고=명문고'라는 혼란은 지양돼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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