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동영 사퇴...'당권 경쟁' 회오리 예고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4.15 총선이 끝나면 열린우리당이 당권 경쟁 회오리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당권 경쟁은 대권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당권 경쟁의 빌미는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제공했다. 노인 폄훼 발언으로 원내 1당은 물론 과반수를 넘어 개헌선인 200석 이상까지 바라볼 수 있던 총선 구도를 망가뜨린데 대한 책임론이 그것이다.

정 의장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대통령 탄핵의 의미까지 퇴색시킨데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언급해 총선 이후 의장직 사퇴가능성을 시사했다. 12일 급기야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지경에까지 몰렸다.

정 의장은 그간 탄탄대로를 걸었다. 지난 1월 11일 전당대회 이후 당권레이스에서 공약했던 '정당지지도 1위'를 취임 첫날 이뤘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한나라당-민주당에 이은 3위에서 아무리 애쓰도 2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지지도를 대번에 1위로 등극했다.

신이 난 정 의장은 취임 다음날 남대문시장을 시작으로 이른바 민생행보를 시작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는 민생현장을 챙겨 정당지지도 10%를 올렸다. 이른바 정동영 효과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조해 만든 거사(?)인 '대통령 탄액안 가결'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오며 정 의장에게 '대통령의 꿈'을 꾸게 했는지도 모른다. 눈물을 흘리며 서류를 국회의장석으로 던졌던 정 의장 자신도 그같은 후폭풍을 예견하지 못했던 게 분명하다.

불예견은 열린우리당이 의원직 사퇴와 거리 규탄대회를 계획했다가 국민의 70%가 반대하며 국민들이 분노하자 '없던 일'로 했던데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정 의장이 선장이 된 열린우리당호의 총선가도도 탄탄대로로 여겨졌다. 탄핵풍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헤어날 것같지 않아 보여서다.

한나라당이 뒤늦게 전당대회를 치러 박근혜 대표 체제를 맞았으나 대구.경북지역에서만 바람이 불뿐 부산.경남은 물론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 미풍에 머물고 있었다.

이 때만해도 정 의장측은 '총선 승리=당권 4년=대권'이란 달콤함에 젖어 있었던 듯하다. 정동영 드림팀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정 의장이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공공연히 제기됐다. 특히 비례대표에 측근 인사 7~8명을 당선권에 포진시켜 "당권 장악이 끝났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좌동연-우강철' 가운데 광주 서구에 출마한 염동연 후보가 한때 대구 동갑에 출마한 이강철 후보와 손발을 맞췄으나 정 의장과 손잡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때부터 정 의장의 이강철 배제론이 불거졌다. 정 의장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이강철 인재영입단장은 한때 김원기 전 의장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 의장 체제를 만든 1등 공신. 그러나 이 단장의 독특한 캐릭터와 파워로 인해 대권 가도에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부담을 느낀 정 의장이 이 단장의 세력약화를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 의장이 이강철 배제를 꾀한 것은 이 단장이 영입인사인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가깝고 김 전 지사가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정 의장은 노골적이지는 않았으나 대통령과 동향이고 이 단장과 가까운 김 전 지사가 내심 편하지만은 안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베제론은 실제 의장비서실에 있던 이 단장의 최측근을 소외시켜 상황실로 보내고 비례대표 공천에서 "이강철 '이자'만 걸리면 무조건 당선권에서 배제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제기됐다.

바늘과 실이었던 정 의장과 이 단장의 관계는 이때부터 금이 갔다. 화난 이 단장은 대구.경북 후보 전원 사퇴란 카드를 꺼내들어 박찬석 전 경북대총장을 비례대표 6위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단장은 자신의 지역구가 급해 중앙당을 챙길 여유가 별로 없었다.

사단은 엉뚱하게 돌출됐다. 정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이 그것이다. 이 발언은 대구.경북의 보수층에 분노를 안겼다. 특히 고령화 사회인 경북에는 치명타였다.

열린우리당의 대구.경북 교두보 확보가 지상과제였던 이강철 후보에겐 청천벽력이었다.

이 단장이 정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도 하지 않으면서 대구.경북의 선거를 이렇게 망칠 수 있느냐"고 발끈한 것은 당연지사. 최근 정 의장이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개막식에 참석해 이 단장과 서로 조우할 기회가 있었으나 애써 피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결국 한마디 말 실수로 의장직과 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나 사실상 '대권의 꿈'을 접었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영남에서의 참패로 지역구도를 또다시 만든 책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대권은 너무 먼 당신'이 됐다는 얘기다.

차기 당 의장은 일단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가 맡을 것이란 다소 성급한 관측이 당 안팎에 나돌고 있다. 정 의장의 낙마로 총선 이후 바로 시작될 대권레이스에는 김 원내대표과 김혁규 전 경남지사, 이부영 상임중앙위원 등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TK대망론으로 경기도 군포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이 거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순풍에 돛을 단듯 보였던 정 의장이 4개월 남짓만에 낙마한데서 보듯 정치는 너무도 가변적이라 지금 대권까지 예견하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하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 : 열린우리당 정동영의장이 12일 저녁 당사에서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인한 당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직 전격사퇴를 발표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에 대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을...
오는 30일부터 경북 내륙과 동해안에 시속 260㎞급 KTX-이음이 본격 운행되며, 중앙선과 동해선이 3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지역 이동 편...
국민 MC 유재석이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언급하며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 가운데, 최근 방송인 박나래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