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막판 굳히기 전략-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2일 밤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22번을 전격 사퇴해 총선 막바지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 심판이라는 4.15 총선의 본질을 국민들이 되살려달라"고 호소한 뒤 선대위원장직 등을 내놓고 당사 1층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이같은 정 의장의 극약처방은 자리에 연연하다가는 자칫 1당을 한나라당에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는 관측이다.

한때 당 의장직도 내놓아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측근들이 극구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에도 책임론이 잠복할 가능성이 적지않아 당 의장직마저 내놓아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의장은 그간 번민이 적잖았다.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연신 고개를 숙였으나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당 지지도가 연일 떨어졌다.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망쳤다는데 대한 회한이 깊었을 터다.

총선에 패배하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어렵게 만든다는 위기감도 상존했다.

직격탄은 대구.경북에서 날렸다.

영주 이영탁(李永鐸) 후보가 선대위원장 사퇴를 공개 요구한 것이 시작이었다.

12일에는 이 후보와 권기홍(權奇洪), 윤덕홍(尹德弘) 후보 등 5명이 "의장직과 선대위원장은 물론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수위를 높였다.

지역 열린우리당의 숙원인 '대구.경북 교두보 확보'가 무위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정 의장에 대한 분노로 폭발한 셈이다.

정 의장의 결단에는 이강철(李康哲) 대구선대위원장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물러설 수 없다"는 정 의장에게 이 위원장이 "당을 살리고 정 의장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던지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설득했다는 것.

마지막 선택은 1당 위기론이 결정타였다.

현재 전국 판세를 보면 영남이 한나라당에 완전히 기울었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접전 지역이 걷잡을 수 없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 1당이 어렵다는 내부 보고가 잇따랐던 것.

정 의장의 이같은 행보가 열린우리당의 기대만큼 지지세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이 속죄했으므로 이제 유권자들이 용서하고 나라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탄핵의 불씨를 지피려는 정치 쇼"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해봉(李海鳳) 대구선대위원장은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박탈하려했던 망언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장전형 선대위대변인도 "노인폄하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정동영 의장이 영남지역 후보들의 요구에 따라 사퇴했으나 본질은 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 의장의 사퇴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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