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과 로또복권의 공통점은? 1. 자신이 원하는 번호(과목)를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다.
2.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3. 당첨되면 대박이지만 떨어지면 하소연할 곳이 없다.
수험생들 사이에 파다한 이야기다.
이탈리아어 'lotto'(행운)에서 유래된 로또복권을 과연 수능시험과 대비시킬 수 있을까. 설마 그럴까. 행운이 대학입시를 좌우한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런데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 속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차례 치러진 모의수능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올해 수능시험은 '선택과 집중'을 내건 7차 교육과정에 맞춰 처음 치러지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의 영역에서 상당한 선택권이 보장된다.
특히 탐구 영역에서는 자신의 적성이나 지망에 적합한 과목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가령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11개의 선택과목 가운데 4개, 과학탐구는 8개 가운데 4개까지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문제는 선택과목별 난이도, 응시집단 평균 점수의 높고 낮음 등에 따라 유리함과 불리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교육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점수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합리적으로 보이던 표준점수제는 실제 평가에서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과목별 유.불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치러진 서울시 교육청 주관 모의평가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드러난다.
가령 사회탐구에서 원점수로 꼭 같이 만점을 받았다고 해도 현대사를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는 62점인 데 비해 한국지리를 선택한 학생은 71점을 받는다.
무려 9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교육부도 당초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자 각 대학이 전형과정에서 이를 재환산하거나 백분위를 쓰는 등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상위권 대학들은 방법을 찾고 있지만, 학생 모집이 급한 중.하위권 대학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는 어느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학과 자체가 차이나는 결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것.
로또복권과 수능시험이 비슷하다는 현실은 그저 "기가 막힌다"며 혀를 차고 말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수험생 개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다.
로또복권은 떨어지면 다음 주에 다시 살 수 있지만, 대학입시는 재도전에 일년이 걸린다.
그 사이 황폐해지는 삶은 로또복권 꽝에 비할 바가 아니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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