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상황이 제2의 전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에 이라크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피랍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파병철회론, 파병유보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반대 기류에도 불구, 파병은 이미 국회 동의까지 받았는데다 미국과 주둔지 협상을 하던 참이라 향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핵심 짚기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여론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대외 정책에서 명분이냐 실리냐가 주요 쟁점이 되듯 파병 문제 역시 초기부터 양쪽 입장에서 격렬한 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파병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초기 논란은 여전하다.
여기에 정부가 미국측에 약속하고 국회가 동의까지 한 사안을 철회할 경우 국가간 신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평화와 재건을 목적으로 한다는 정부의 파병 이유 자체가 근거를 잃었으므로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이 더해진 것.
어느 입장에 따르건 주장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파병의 목적에서부터 결정 과정, 현 상황 분석, 향후 대응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배경 지식-파병 결정 과정
공병.의료부대인 서희.제마부대의 파병은 지난해 3월 정부 안이 국회에 제출돼 4월2일 국회 동의를 얻음에 따라 확정됐다.
5월 본대가 파병된 이후 교대까지 이뤄졌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장기화하자 미국은 지난해 9월 한국에 추가 파병을 요구했다.
미군 사망과 주둔비 부담 등에 따른 것.
정부는 10월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 공식 발표하면서 평화 정착과 전후 재건을 목적으로 파병 부대의 성격과 규모, 형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정부는 한국군 3천명 정도를 올해 4월부터 12월말까지 8개월간 추가 파병하며 소요 비용을 전액 우리가 부담하는 '국군 부대 이라크 추가 파견 동의안'을 확정했다.
이 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상정돼 13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찬성 155표, 반대 50표, 기권 7표. 이후 파병을 준비해오던 정부는 최근의 이라크 사태에도 불구, 늦어도 6월말까지 파병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의1-국가의 결정
추가 파병 결정은 정부가 이미 미국측에 약속하고 국회 동의 절차까지 거쳐 국가의 정책이 된 사안이다.
이라크 무력 사태가 확산됐다고 해도 국회에서 통과된 약속은 지켜야 하며 세계가 한국의 약속 이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는 게 찬성 입장의 논리다.
국가적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적 신의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것. 또한 정부로서는 이미 키르쿠크 지역에 대한 파병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데다, 키르쿠크 지역 주지사 등 주요 인사들의 방한도 진행했기 때문에 방침을 바꿀 경우 현지 반응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은 평화와 재건을 목적으로 한 파병이 이라크 상황 악화에 따라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 국가간 신의를 이유로 파병 방침을 고수한다는 것은 전쟁 동참이라는 것. 침략 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어긋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부당한 전쟁에 첨병이 돼 국제 사회의 비난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또한 법의 판단 원리 중에 '사정변경의 원칙'이 있으므로 심각한 상황 변화가 생기면 종전의 결정을 바꾸어도 신의 문제가 나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파병 원칙은 고수하되 이라크 상황과 정권 이양 등을 지켜본 뒤 안전한 곳에 파병하자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논의2-파병의 목적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인 정부의 이번 파병 결정에는 '국익'이라는 명분이 있다.
우선 미국과의 동맹 관계 유지가 주요한 이유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키르쿠크 등 이라크 지역 경제 재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의 본질이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의 이윤을 위한 전쟁으로 판명난 마당에 이라크 민중들에게 재앙이 되는 침략 전쟁에 한국이 동참할 이유도, 실익도 없다는 비판이 강하다.
351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한 '이라크 파병 반대 비상국민행동'은 파병 동의에는 전쟁이 끝났다는 판단이 전제돼 있었으나 지금은 파병되면 곧바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 명백한 만큼 추가 파병은 명분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새로 구성되는 17대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파병 철회를 제시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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