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 삼킨 신라 우물의 미스터리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신축 현장에서 확인된 신라우물과 그 안에서 발굴된 어린이 인골은 여러 궁금증을 증폭게 한다.

돌을 깨어 원형으로 쌓아 만든 이 우물에서 우선 이상한 점은 그 깊이가 무려 10.27m나 된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으나 아마도 한반도 고대 우물터 중에 이처럼 깊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이상한 대목은 출토 유물. 특히 7, 8세 가량 되는 어린이 인골이 그렇다.

어린이 인골은 지상에서 8m50㎝ 가량 되는 지점에서 확인되었다.

인골 일부분이 아니라 신체 거의 전 부분이 확인됐다.

인골 상태로 보아 통일신라시대 어떤 아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이곳에 매몰, 혹은 그 시신이 폐기되었다는 결론은 부인할 수 없다.

한데 이 인골은 머리를 바닥으로 처박고 있었다.

두 다리는 그 위쪽 층위에서 확인되었으니 이 아이는 이 우물에 거꾸로 떨어져 그대로 파묻힌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떻게 이곳에 묻히게 되었을까?

가능성은 두 가지 정도. 첫째, 우물 근처에서 놀다가 실족해서 추락사했을 수도 있고, 둘째, 누군가가 모종의 의식을 위해 고의로 집어넣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사망시점이 언제일까? 인골을 감정한 동아대 김재현 교수는 두개골이 함몰되어 있고 일부 신체 부위 뼈가 부러져 있음을 근거로 우물에 추락하면서 그 충격으로 즉사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여기서 더 궁금한 것은 추락사했다면 유가족 등이 그 시신을 꺼내어 다른 곳에다가 장사지내 주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이런 '상식'을 깨뜨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이 인골과 같은 층위에서 출토된 다른 유물들이 증명한다.

인골주위에서는 토기 여러 점이 가지런히, 그것도 완형으로 출토되었다.

토기를 집어던져 버린 결과라면 대부분이 부서져 있어야 하고 뒤죽박죽으로 인골과 섞여 있어야 하지만 출토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나아가 토기뿐만 아니라 황소 갈비뼈와 닭뼈가 다량으로 출토되었다.

이런 갖가지 정황으로 보아 아이는 실족사한 것이라기 보다는 모종의 의식에 동반되어 희생으로 바쳐졌다고 보는 쪽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신라 성덕대왕 신종. 신이한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 아이를 구릿물에 넣어 녹였다는 전설처럼, 혹은 해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그 스스로 몸을 던진 심청처럼 신(神)을 위한 희생이 아니었을까?(연합)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