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각당 표정

▲한나라당=대구 12석을 모두 석권한 한나라당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15일 오후 8시부터 한나라당 대구시당에 모여든 후보자들은 TV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자신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당원, 지지자들의 환호와 축하를 받기에 바빴다.

지지자들은 각 지역별 당선자들과 단체촬영을 하고 얼싸안으면서 기쁨을 나눴다.

오후 8시30분쯤 맨 마지막으로 강재섭 의원이 당사에 들어서자 도열해 있던 당원, 지지자들은 '강재섭'을 연호하는 등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이날 당사에는 달성의 박근혜 대표를 제외한 11명의 후보들이 모두 모였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당선자와 당원들의 반응도 갖가지였다.

개표방송이 진행되면서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승리를 바탕으로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오자 현역의원 당선자들은 끼리끼리 모여앉아 향후 정국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해봉, 박종근, 안택수 의원은 "과반을 넘기면 모든 법안통과가 여당만으로 자유롭게 된다"며 "게다가 민노당까지 10석을 차지해 열린우리당과 공조가 가능하다"고 걱정했다.

한 당직자는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이 전 지역을 석권하는 것으로 나오자 "호남도 싹쓸이를 하는데 대구 싹쓸이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흥분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투표일을 앞두고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며 전멸 우려에서 벗어나 '혹시나'라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던 지역 열린우리당은 출구조사 결과방송에서 대구와 경북 전 지역의 후보가 전멸하는 것으로 나오자 침묵과 탄식에 휩싸였다.

이강철 공동선대위원장은 말없이 개표장을 떠나 귀가했고, 급속하게 이석자가 늘어나 7시가 넘어서자 상황실은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선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마련해 놓은 꽃다발 3개와 샴페인 6병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채 사무실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김충환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이 지역을 석권한 만큼 그 영광과 책임은 모두 한나라당의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지난 16대에 보여준 모습에서 환골탈태, 지역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한숨을 지었다.

일부 인사들은 "지금껏 기호 2번과 3번만 달고 출마해 한나라당에게 번번이 패했다"며 "이제 정당 기호 1번을 확보했다"며 "다음 선거에서는 뭐가 달라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각종 공약과 현안 이슈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타 정당, 무소속=총선 결과를 지켜보던 군소정당의 표정은 어두웠다.

양당구도 속에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대구에서 1, 2석을 기대했지만 한나라당 독식현상에 혀를 내둘렀다

민주당은 수성갑에 출마한 조순형(趙舜衡) 대표를 비롯해 9명 후보가 전부 고배를 마시자 지역주의의 벽을 실감하며 안타까워했다.

조 대표는 "선거결과를 겸허한 심정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고 대구시당 이치호 선대위원장은 "너무 예상외라서 큰 흐름에 대한 정리가 안됐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15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자민련도 8명 후보의 전원 탈락으로 다시한번 지역의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대구시당 지도부들과 후보들은 선거 결과에 실망한 듯 공식논평이나 브리핑을 자제했다.

민주노동당은 6명 후보가 모두 낙선했으나 전국적으로 2석의 지역구와 8석의 비례대표를 차지한 것에 대해 환영했다.

민노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대구지역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하지는 못했지만 오늘은 보수세력의 간담이 서늘해진 날"이라며 "'부패 카르텔'의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한 만큼 민노당이 보수라는 빙하를 깨는 '송곳'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특히 "대구의 선거 결과는 지역적 보수와 지역주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당은 좌절하지 않고 진보의 씨앗을 퍼뜨림으로써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후보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14명의 후보가 선전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이 중 대부분이 한자릿수 지지도 획득이라는 냉담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서구 백승홍(白承弘) 후보는 "양당구도에 인물대결이 가려져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며 "지역발전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선취재반

사진 : 15일 오후 열린우리당 대구시당에서 제17대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열린우리당 후보자와 당직자들이 대구전역에서 참패조짐을 보이자 침통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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