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개표기 잦은 고장 '속터져'

제17대 총선에서 본격 도입된 전자개표기가 투표 용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잦은 고장과 오작동을 일으켜 개표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1인2표제가 처음 실시돼 투표용지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개표기가 제대로 기능을 못해 개표종사원들의 불만이 더욱 컸다.

대구 서구개표소는 전체 7대의 전자개표기가 잇따라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오후 8시가 되어서도 전체 투표용지 10만9천여표 가운데 40표만이 공식집계 자료로 공표됐고 전체 개표는 새벽 2시쯤 완료됐으며 수성구는 새벽 3시쯤에야 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동구 개표소도 전자 개표기의 고장으로 이날 오후 8시까지 개표율이 15% 수준에 머물렀다.

개표기 제조업체의 직원들이 시스템을 다시 설치하는 등 긴급복구에 나섰지만 고장이 계속돼 1천표 당 미분류 표가 300여표나 쏟아졌다.

또 투표지가 개표기에 끼이는 바람에 '이송간격이 짧다'는 에러 메시지와 함께 개표기 작동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북구 개표소 역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나 방송장비의 빛으로 인해 개표기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발생해 선관위가 전자 개표기의 근접촬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달성군에서도 전자개표기 4대 중 3대가 번갈아 가며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개표가 크게 늦어졌다.

전자개표기 1대는 프린터와 연결된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선관위에서 컴퓨터 본체를 긴급 공수, 3시간 만에 겨우 작동시켰다.

이 때문에 당초 밤 10시쯤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개표 종료가 2시간이나 지연됐다.

한 개표종사원은 "전자개표기의 스캐너가 미세한 먼지나 플래시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오작동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기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 때문에 미분류표도 대량 발생했고 기표의 작은 일부분이 흐리게 찍힌 경우에도 여지없이 미분류 표로 분류되는 바람에 수작업으로 기표를 확인해야 하는 등 개표차질이 계속됐다.

수성구 개표소의 경우 한 대의 전자 개표기에서 개표한 2천564장 가운데 미분류 표가 771장이나 나와 개표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개표소에서 전자 개표기의 고장.오작동으로 개표 업무가 잠시 지연됐지만 곧 복구됐다"며 "다음 선거 때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전자 개표기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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