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인탁기자의 고령요 도자기 제작 체험

고령읍 소재지에서 7㎞ 쯤 떨어져 승용차로 약 10여분 소요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고령군 운수면 신간리 '고령요(高靈窯)'. 고령읍에서 성주군 용암면으로 통하는 국도변에 자리잡은 고령요는 지난 1996년 고령군이 전통토기 및 도자기 재현을 위해 3천400만원을 지원해 고령군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자기단지로 발전한 곳이다.

"도자기 체험을 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좀 내 주십시오".

'고령요(高靈窯)' 대표 백영규(66)씨를 찾았다.

백씨는 열다섯살때부터 김천시에서 부친으로부터 전통 도예기법을 전수받았으며 문경에서 조선 막사발을 연구하고 대구공업대학교에서 도예강사로 4년간 재임하다 1990년 고령군에 정착했다.

이력에서 보듯 한평생 도공의 길을 걸어왔다.

백씨는 "우선 토기는 점토 한 종류로만 원료로 하며 그것도 신라의 것과 대가야의 것은 엄연히 구분된다"고 말했다.

신라 양식의 토기는 2단 투창이 상하 엇갈린 굽접시이며 직선적인데 비해 가야 양식은 굽접시의 투창무늬가 일직선으로 나있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고 백씨는 설명했다.

또 한 단계 발전한 분청사기는 고려와 조선시대, 청자는 고려, 백자는 조선시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말로만 도자기 예찬을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제작과정 체험에 나섰다.

우선 거무스름한 일명 태토라 불리는 점토를 물에 적당히 혼합해 토련기로 고루 혼합을 했다.

토련기는 반죽의 이물질 제거기능을 잘도 해냈다.

"옛날엔 태토를 떡메로 치고 칼로 얇게 썰어 태토 속에 끼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했다"는 백씨의 말을 듣고 보니 문명의 이기가 얼마나 삶을 편하게 해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만들려는 토기의 분량을 감안해 태토를 적당히 떼어 전동 물레위에 올려놓았다.

이제는 도공이 만들려는 의도대로 가속페달을 밟으며 오른손은 안쪽에, 왼손은 바깥쪽에 힘을 가하며 토기를 만들어 나간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양손의 흙 빚기와 발로 속도를 조절하는 가속페달이 효과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여러 차례 백씨의 도움으로 작업이 순조로워졌지만 역시 손의 고정상태와 발의 페달작동이 안정되지 못해 원하는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물레위에 놓인 점토는 제법 원하는 모양새를 조금씩 갖추어갔다.

하잘것 없는 점토덩어리도 도공 앞에서는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처럼 각양각색의 모양새로 태어나게 되나 보다.

물론 그 뒤의 공정에 따라 도공의 마음에 들지않아 파손이라는 비참한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 중 군계일학같은 적은 확률로 작품이 탄생하는 법이다.

그 작품이야말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것으로 고가로 판매되기도 한다.

백자는 점토와 백토(고령토), 장석, 규석 등을 혼합하고 청자는 황토와 점토, 백토를 혼합한 원료가 사용되며 분청사기는 청자와 재료는 같지만 장식기법이 백토를 풀어놓은 백토 묽은 물에 코팅해 그림을 음각하는 것으로 차이를 구분한다.

성형을 마친 것은 최소한 그늘에서 한달 이상 건조시켜 전통 나무가마에 차곡차곡 쌓아 고열로 소성하게 된다.

백 선생이 만들어놓고 충분히 건조시킨 분청사기 300여점을 가마에 넣어 소성작업을 시작했다.

길이 10m 가마 출입구 3개소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골고루 공기와 열기가 통하도록 쌓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가마구멍 3개를 모두 막고 가마 입구에 소나무로 불을 지폈다.

타닥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가열되기 시작했다.

토기는 초벌구이에 900℃, 본 구이는 1천200℃이며 청자나 백자 및 분청사기는 초벌 850℃, 본 구이는 1천300℃로 맞추어야 한다.

6~7시간 동안 초벌구이를 마친 것을 꺼내 유약처리를 한 후 본구이로 2일간 1천300℃로 가열한 후 3, 4일간 냉각시키면 제품이 완성된다.

"왜 하필이면 소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합니까? 땔감은 참나무가 좋을 텐데요"라고 묻자 백씨는 "소나무는 숯이 거의 남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멸되어 도자기 소성에 좋다"고 설명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며 수많은 실패작 중 한두 개가 도공의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탄생된다니 전시된 도자기의 값어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가스 가마에 기계식 형틀로 제작한 것을 대량으로 만든 것과 일일이 도공의 손길을 거쳐 만든 전통 도자기는 분명히 다른 시각으로 봐야합니다"고 말하는 백씨는 이처럼 어려운 제작과정도 모르고 전시장을 찾은 관광객들 중에 "개밥그릇이 뭐 이리 비싸냐"며 빈정거릴 때는 참으로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그래도 "일본사람들은 구입하든 안하든 도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합니다.

절대로 함부로 만지지도 않습니다.

만질 때는 매우 신중하며 깊이 응시하며 뭔가 도자기의 깊은 속을 살피는 듯 만든 자의 정성을 깊이 이해하는 자세입니다"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해봐야 할 태도라고 일침을 준다.

특히 일본의 대형 다도단체인 오모도 센케이와 우라 센케이에서는 회원들이 가끔 찾아와 백씨가 만든 막사발 분청사기를 보고는 "혼이 깃든 사발"이라며 극찬했다고 백씨는 말했다.

최근 다기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백씨도 독특한 다기류인 지압돌기를 가진 다기를 제작해 정부로부터 지난해 4월 실용신안특허를 획득했다.

그동안 백씨는 경북도지사 표창, 자랑스런 고령군민상 등을 수상했으며 분청사기의 맥을 찾아서 명인 지정을 준비 중이어서 한국 도공의 지위를 곧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공간이 너무 좁아 불편합니다"라는 백씨는 마지막으로 "전시장도 20평에 미치지 못하고 주차공간도 거의 없어 관광버스는 접근도 못합니다"라고 고충을 덧붙였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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