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재래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특성화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재래시장이 있다.
경기도 수원 팔달문시장은 시장 전체 상권을 전문성을 갖춘 유사 품목으로 재정비, 경기불황 속에서도 고객들이 늘고 있다.
◇ 전문화만이 살 길이다
팔달문 시장은 지동시장, 못골시장, 영동시장 등 법인 등록 시장 3개와 인근 상가 밀집지역인 시민백화점, 패션1번가 골목, 팔달문 상가 등 총 6개 시장 3천500여개의 점포로 구성돼 있다.
팔달문 시장은 한때 경기 남부지역 중심상권으로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에 달했지만 수원시에 초대형 소매점이 15개 이상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부쩍 줄어들었다.
시장 시설이 노후한 데다 고객마저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시장 상인들이 본격적으로 시장 재정비에 나서게 된 것.
특성화로 고객 끌어들이기에 가장 성공한 곳은 지동시장이다.
지동시장은 순대.정육.떡 등 먹을거리 타운으로 거듭났다.
지동시장은 전통적으로 순대 가게와 떡 상점들이 몰려 있었지만 지저분하고 상점도 제각각이어서, 찾는 고객들이 한정돼 있었다.
이에 상인들은 공사비를 일부 부담하고 집중 공사기간 2개월 동안 장사를 포기하면서 시장 재단장에 나섰다.
그 결과 지동시장 1층엔 비좁던 통로가 일괄적으로 정리돼 사람들이 다니기 쉬워진 데다 통일된 간판으로 한눈에 상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시장 전체가 먹을거리 시장으로 꾸며지자 전국 각지에서 순대와 떡을 맛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 상인들은 특성화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가족단위 고객과 젊은 층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특징. '은주네 순대'의 한병숙(47.여)씨는 "팔달문 시장의 지동시장 하면 순대로 유명해져, 순대를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다"면서 "시장 재정비 이후 고객이 30~40% 늘었다"고 말했다.
300여개 점포가 모여있는 영동시장은 한복과 이불 등 혼수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팔달문 상가와 시민백화점은 의류.피혁 등 중저가 잡화류 거리로, 패션1번가 골목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 패션타운으로 탈바꿈했다.
영동시장 조의순(48.여)씨는 "시장 점포 특성화와 아케이드 설치 후 고객들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 젊은 고객을 끌어들여라
팔달문 시장은 주요 고객층이 재래시장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50대 이상 중.노년층에 한정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 젊은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해 수원시는 2002년 40억원을 들여 연면적 400여㎡의 고객지원센터를 건립,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곳엔 장애인 화장실을 포함한 공중화장실과 소비자 보호센터, 물품보관함, 인터넷방, 어린이 놀이방을 설치, 최대한 고객 편의에 신경쓰고 있다.
어린이 놀이방 관계자는 "젊은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주말에는 평균 10명 이상의 아이들을 돌본다"고 말했다.
또 고객지원센터 앞에 조성된 120㎡ 규모의 쉼터는 녹지와 벤치가 어우러져 수원시민들의 새로운 만남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원시는 볼거리 제공을 위해 지역 대학 동아리를 상대로 쉼터 한쪽의 고정무대를 활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팔달문에서 지동교 사이 130m 구간은 '차없는 거리'여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차량통행을 제한해 자유롭게 쇼핑하면서 흥겨운 장터 분위기를 만끽하게 했다.
김지선(36.여)씨는 "예전엔 차를 피해다니기 바빴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쇼핑하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팔달문시장 상인연합회측은 쉼터와 차없는 거리를 이용한 '호프광장'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쾌적한 환경의 야외 호프광장을 열어 수원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수원의 명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팔달문 시장의 시설 현대화도 소비력이 강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 팔달문 상가와 영동시장을 잇는 폭 6m, 길이 140여m의 아케이드 거리는 깔끔한 보도블록을 깔고 눈.비를 막을 수 있어 좀체 사람이 다니지 않던 길이 사람들로 늘 붐비는 시장의 주요 거리가 됐다.
오는 10월엔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에 모두 500여대 차량의 동시주차가 가능한 주차전용빌딩도 문을 연다.
시장 상인들은 실질적으로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있어서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팔달문 시장 상인연합회 서정돈 회장은 "시장 활성화에 수십억, 수백억을 쏟아붓기 보다 실질적으로 재래시장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 및 기획을 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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