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7대 총선의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과반 확보와 한나라당의 개헌 저지선 확보로 요약된다.
지난 13대 총선 이후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깨어졌다.
50년 정통야당이란 민주당은 무너졌고, 보수 정통야당이란 자민련은 명맥만 유지했다.
한마디로 의회 권력의 대이동을 가져온 총선이었다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민주주의를 지켰고 탄핵세력으로부터 대통령을 지켜주었다"며 향후 정국 주도를 자신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제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할 토대를 마련한 셈이 됐다.
그러나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정치권에 많은 교훈을 주었고,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느낄 수 있었다"면서 "탄핵 문제는 헌재의 판결로 넘겨진 이상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면서도 거여 견제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달라진 여당의 위상=여당의 국회 위상과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열린우리당의 과반 확보로 개혁 입법이 강도 높게 추진될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탄핵문제가 헌재에서 해결되는 대로 세련된 국정운영의 방향과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책무를 안게 됐다.
그동안 '거야' 혹은 '여소'의 의회로 인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의회 밖에서의 장외투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셈이다.
여당 중심의 정국장악이 이뤄진 것이다.
당연히 야당을 배척하기보다 협조를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신들이 소수일 때 거대야당에게 요구했던 의회권력의 국민적 합의, 소수 의견의 존중 등이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왔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의 요구다.
야당과의 상생의 정치를 추구하면서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제도 이제 힘있는 여당이 더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몫이다.
또 선거 과정에서 '찬탄-반탄', 진보-보수, 세대대결 양상이 극심해진 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여당의 책임이라 할 순 없지만 동서로 나뉜 특정 정당의 몰표 현상을 볼 때 지역주의 선거 색채가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여당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사회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화두는 아무래도 정부 여당이 키를 쥐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과제=거대 야당에서 제1야당으로 전락한 한나라당은 여러 가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새로운 야당의 상(像)을 보여줄지, 아니면 과거 거대야당 시절처럼 '반대를 위한' 대여투쟁에만 골몰, 의회권력을 좌지우지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121석은 야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걸맞은 의석수라는 이도 있다.
벌써부터 거대여당을 두고 '잡탕 정당'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층의 결집과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제1야당의 과제는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박 대표가 디지털 정당과 정책 정당를 외친 것도 당 체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나치게 거대야당 시절을 떠올리며 투쟁일변도 견제에만 치중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국불안이 다시 터져 나올 개연성이 높다.
당장 탄핵문제나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를 두고 제1야당이 어떤 단안을 내릴지 주목된다.
필요하다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간의 정책적 중재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차별화된 대안을 도출시킬 경우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박 대표의 새로운 리더십이 당내에 어떻게 뿌리를 내릴지, 또 대여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 것인지도 흥미거리다.
자기 계보가 없는 박 대표로서는 당 체제 정비와 함께 일사불란함을 국민에게 보여야 하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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