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원정진료 연 4천명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56.수성구 신매동)씨. 그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아들의 권유로 서울 ㅅ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중병 치료도 아닌 건강검진인데 굳이 서울에서 하려는 이유를 묻자, 박씨는 "고속철을 타면 서울에 1시간40분이면 가는 만큼 아들도 볼겸 서울에서 검진받기로 했다"며 "서울에는 대구에 없는 고급 정밀검진 상품도 있어 예전부터 서울의 병원에 한번 가고 싶었다"고 했다.

고속철 개통으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박씨 처럼 대구.경북지역 의료 수요자의 서울 '원정 진료'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이들은 암 등의 중증 환자나 대구의 종합병원에는 없는 고급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사람들.

서울 ㅅ병원에는 연간 외래 환자(신규 환자)가 대구에서 1천300여명, 경남.북도 5천여명, 부산 1천600여명에 이르며 연간 입원 환자는 대구 890여명, 경남.북 3천600여명, 부산 1천200여명이나 된다.

또 서울 ㅈ병원은 연간 신규 환자 가운데 대구에서 온 환자가 600여명, 경북은 2천30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

지역 의료계는 "대구에서보다 2배 이상의 돈이 드는데도 연간 4천여명의 환자가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가고 있다"며 "고속철 개통 이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00만원대 이상인 고가의 정밀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이들도 많다.

서울 ㅅ병원의 경우 대구.경북지역의 수검자가 1천여명으로 전체 수검자의 3.6%에 이른다.

배성욱 영남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과장은 "대구의 대학병원은 보통 40만원 안팎의 검진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투자에 비해 수요가 부족, 고가 검진 상품을 시작할 엄두도 못내 고급 수요가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지역 의료계는 한때 국내 의료의 '메카'였던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의료시설 투자나 고급 의료 인력 양성에 소홀했던 때문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서울의 유명 병원들은 협력 병.의원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 최신 고가 의료장비,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내세워 지방 환자들을 끌고 있다는 것.

대구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근골격계 종양 환자의 경우 대구에서 연간 1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나, 지역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다"며 "대구에 특정질환의 전문가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서울 병원들의 높은 인지도와 대규모 투자가 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수상 계명대 동산병원 병원장은 "환자들이 의사의 수준보다는 병원의 규모와 인지도만 고려해 서울로 가는데 오히려 서울에 갔다가 다시 지역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며 "환자의 서울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병원들이 환자 중심의 진료 시스템을 만드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