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가족 두집살림 농촌의 새 풍속도

"날이 더워질 때까지는 새 집은 계속 비워두고 옛날에 살던 헌집에서 생활할 겁니다".

안동시 임동면 대곡2리 속칭 임실마을 이광호(70)씨는 '한가족 두지붕살이'를 한다.

2000년에 지은 새 집에서는 옷이나 갈아 입을 뿐 잠은 헌집에서 잔다.

이유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 경제 때문에 난방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녀들이 모두 출가해 객지로 떠나고 단 두식구뿐인데 비싼 기름 보일러를 돌리려니 손이 떨려 지금껏 겨울철엔 헌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요즘은 과수원 폐목도 많고 2년 연거푸 수해때 떠내려온 나무와 지난 폭설 때 부러진 소나무도 많아 땔감 걱정은 없다.

이 때문에 이씨 이웃들도 새집을 짓고는 헌집을 헐지 않고 그대로 둔다.

겨울철이든 봄철의 쌀쌀한 밤이든 그저 구들방 신세를 지는 것이 속 편하다.

고추와 담배농사에 들어가는 기름값도 쥐꼬리 농사수입에 비하면 엄청난 부담인데 거기에다 난방비까지 감당하려면 허리가 휠 지경이라 모두들 걱정이다.

이씨는 "요즘 보일러 기름값은 1ℓ에 741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의 100원 가까이 올랐다"며 "나무 연기에 눈물, 콧물 흘리며 장작 아궁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아내가 안쓰럽지만 농촌 실정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냐"며 한숨지었다.

안동.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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