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 차별철폐 행사-"장애 차별 현실 스스로 바꿔요"

'우리가 슬픈 것은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장애를 차별하는 현실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1시30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달구벌대종 앞 광장에서는 우리의 이웃이면서도 '이웃'이기를 거부당해 온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체 장애인과 시각.청각장애인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모임'이 이날 열린 것.

장애인 지역공동체의 김용완(29.뇌병변2급)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장애인들의 가슴 속에 쌓여왔던 응어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맹인 안내견 '한울'과 함께 발언대로 나선 대구장애인연맹 허경호(26) 간사는 "버스를 타려다 울었던 일이 기억난다"며 "운전기사가 '다른 손님들 때문에 개와 함께 버스를 타면 안된다'며 버스에서 밀치고 안내견을 끌어내려서 떠나는 버스를 두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간사는 두번 울지 않기로 했다.

"장애인복지법 제36조에는 장애인보조견과 함께 온 시각장애인은 공공장소나 식당 등에서 입장할수 있으며 거부시에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장애인 관련규정을 수첩에 적어 다니며 당당히 행동하기로 결심한 것.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나온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하태훈(24.후천성 뇌성마비 3급)씨도 "기본권인 학습권과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속에서 '내일은 좋아지겠지'하며 참아 왔다"며 "이제는 수동적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구장애인연맹 공동대표인 김병하(59)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을 위한 동정이나 시혜의 날이 아니라 그들의 정당한 인권을 생각하고 돌아보는 날"이라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경북대 몸짓패 율동공연, 극단 페이지 버드의 마임공연(시각장애인의 고통 형상화)과 장애인으로 구성된 음악밴드 '비욘드(Beyond.장애를 넘는다는 뜻)'의 노래공연 등이 이어졌고 거리행진도 열렸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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