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주국제영화제 23일 팡파르

남도의 꽃잔치가 어느 정도 시들해진 요즘, 이번엔 영화 나들이는 어떨까. 주류 영화와는 차별되는 전 세계 대안(代案) 영화와 디지털 영화의 축제인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2004)가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전주시 전북대문화관, 덕진예술회관 등에서 펼쳐진다.

'독립정신'을 주제로 다섯 돌을 맞은 이번 영화제에는 경쟁 부문의 요건을 바꾸고 다양한 입맛의 섹션을 준비하는 등 형식상의 과감한 변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적으로도 한층 풍성해졌다.

올해 출품작은 장편 128편, 단편 147편 등 지난해에 비해 100여 편이 늘어난 세계 35개국으로부터 날아온 275편의 영화들이 영화팬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풍성함만큼이나 어떤 영화를 골라 볼지 막막함이 앞서는 것도 사실. 우리가 늘상 보던 영화에서 보지 못한 참신한 영화적 상상력을 선보일 이번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팬들이 눈여겨볼 만한 부문들을 추려봤다.

◇개.폐막 작품

영화제의 얼굴은 뭐니뭐니해도 개.폐막작이다.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영화제답게 개막작은 신인 민병국 감독의 첫 장편영화 '가능한 변화들'에게로 돌아갔다.

30대 중반의 두 남자가 육체적인 쾌락을 좇으며 사랑과 욕망의 모호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

폐막작은 스페인의 신예감독 아케로 마냐스의 '노벰버'로 선정됐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순수한 예술을 하겠다던 한 예술가의 추억을 중심으로 진정한 예술의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한다.

◇인디 비전

메인 경쟁 부문으로 올해는 출품 대상을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넓혔고,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도 허물었다.

이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고찰한 '두 생각 사이의 침묵'과 감독이 홀로 4년 동안 미국의 한 농장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고독한 전쟁' 등 세계 각국의 진취적인 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 16편을 만날 수 있다.

◇디지털 스펙트럼

또 하나의 경쟁 부문으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차별화된 코너. 14편의 디지털 영화들이 자웅을 겨룰 '디지털 스펙트럼' 부문에는 슈고쿠 쇼이치의 '815', 죽어 가는 아들과 어머니의 화해를 그린 폴란드 디지털 영화 '51분' 등이 소개된다.

특히 최근 모바일로 개봉한 디지털 옴니버스 영화 '이공(異空)'도 선보인다.

◇섹션 2004

이번 영화제의 특별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비경쟁 부문인 '섹션 2004' 코너를 주시해야 한다.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영화 나라 쿠바의 전설적인 영화 17편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쿠바영화 특별전'에는 서구에 쿠바 영화의 존재를 알린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소이 쿠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감독의 대표작 '저개발의 기억', 쿠바의 대표적 여성영화 '테레사의 초상' 등 소문으로만 듣던 쿠바 영화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또 일본 예술영화조합에서 제작.배급한 실험영화들을 모은 'ATG 회고전'과 가족 나들이용으로 적합한 독일 영화 '마녀 비비', 태국 영화 '마이 걸', 프랑스 애니메이션 '벨빌랑데뷰' 등 '영화궁전' 코너도 선보인다.

특히 '시네마스케이프' 코너에서는 전 세계 유명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들을 모아 대중적 입맛을 끌어당긴다.

국내에도 마니아들을 몰고 다니는 짐 자무쉬 감독의 2003년작 '커피와 담배'를 비롯해, 중국 장 위엔의 '녹차', 프랑스 아네스 바르다 감독의 단편 '날개달린 사자', 최근 화제를 뿌리고 있는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송환' 등 인기감독들의 신작도 포함됐다.

◇필름 앤 디지랩

전주영화제가 자랑하는 특별기획프로그램 '디지털 삼인삼색' 코너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는 전주영화제가 매년 3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배급하는 야심 프로그램. 올해는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인플루엔자'와 홍콩 유릭와이 감독의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일본 이시이 소고 감독의 '경심(鏡心)' 등이 상영된다.

영화제 입장료는 1편에 5천원, 개.폐막작은 1만원. 문의 063)283-4549. 영화제 홈페이지 www.jiff.or.kr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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