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예술의 전당을 제외하면 국내 유일의 오페라전용극장이다.

500억원을 들여 지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그랜드피아노 형태의 지붕과 유리외벽 등으로 멋을 냈지만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주변 입지 여건 때문에 외양이 빼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홀 내부가 아름답다.

공연 리허설 현장 취재차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 위로 올라섰다가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무대 위에서 바라본 연주홀 내부는 객석에서 바라본 장면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말발굽형으로 배치된 발코니와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빛이 어우러진 곡선미는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많은 음악인들이 몽매에도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고파 하는 심정을 이해할 만했다.

녹음기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하도 생경해 듣기가 거북하다.

약간은 신경질적이고 톤이 높아 전혀 다른 사람의 소리처럼 제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고막으로 음파가 전달되면서 얼굴뼈의 울림이 섞여들기 때문이다.

온갖 바깥 소리를 다 듣는 귀가 정작 제 입에서 나는 소리를 왜곡해 듣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음악 담당을 맡고 있는 터라 기자는 성악가들과 많이 대면하는데 자기 스스로 최고의 목소리를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를 거의 못보았다.

하기사 그런 자부심 없이는 예술을 하지 못하리라. 자기관리 소홀과 연습 부족으로 성악인으로서 생명이 끝났다 싶은 이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인 이상 태생적으로 객관적이기 힘들다.

자신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며 노이즈(noise) 섞인 소리를 제 방식대로 해석해 세계를 재창조해 낸다.

마치 초당 25장 지나가는 정지 화면인 영화 필름을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요즘들어 우리 사회가 '객관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세계를 객관화하고 판단한다는 것이 '돌 갈아 거울을 만들려는 격'일지도 모르건만, 모두들 객관이 있다고 믿고 서로에게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며 칼날을 세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결코 동의어가 아닌데도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몰아붙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해방 이후 거의 한 갑자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나라 정치가 소음 공해가 되어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들이 '나부터의 개혁'이 아닌, '너만의 개혁'을 강요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보는 각도만 바꿔도 세상은 달라 보일 수 있다.

지금 가진 신념이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다.

너무도 평범한 진리여서 우리는 이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김해용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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