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의 악화로 미국 부시정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개전 초기 '우리편이냐 적의 편이냐'를 결정하라고 세계 우방을 향해 외치던 부시의 강압적인 기세는 간곳없고 국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려 허둥대는 모습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우선 미국 내에서의 '전시 대통령' 부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부시는 9.11테러후 아프간을 침공, 예상외로 쉽게 승리하자 그 여세를 몰아 유엔과 우방의 반대에도 불구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침공했다.
여기서도 대승을 거두자 부시 정권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새로운 세계절서'구축을 내세우며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했다.
그러나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듯, 이라크 침공전 공격의 이유로 강조했던 대량살상 무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점수를 잃기 시작한 부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최근 9.11사태 청문회가 열리면서 급전직하로 내려앉고 있다.
청문회에 현직 백악관 고위관리가 나가는 것은 국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극력 반대했으나, 여론에 밀려 라이스보좌관을 내 보내게 된 것도 부시로서는 여간 체면이 구기는 일이 아니었지만 청문회 결과는 부시를 더욱 비참하게 했다.
부시의 최측근인 라이스는 청문회에서 끝까지 부시를 두둔했으나 이 과정에서 9.11테러는 부시가 정보처리만 잘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과 함께 이라크 침공은 9.11이전에 계획됐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부시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도는 취임후 가장 낮아졌다.
아프간 침공 때 88%, 이라크서 승리한 후 함상에서 종전을 선언했을 때 63%에 이르렀던 지지율은 이제 40%대에 머물러 부시의 대선가도에 암초가 되고 있다.
이라크 현장에서의 미국의 입지는 국내 상황보다 한층 더 심각하다.
부시는 현재 이란 내에서의 민중봉기를 진정시켜야 하고,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오는 6월말까지의 이라크 주권이양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하지만 둘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민중봉기를 막으려면 대규모 증원군을 더 보내야 하지만 어디서 더 빼내올 곳도 없고, 국민들이 지지해 줄 지도 걱정거리다.
더욱이 점령군의 입성을 환영하며 미국에 호의적이었던 시아파 회교들마저 민중봉기에 가담한 후 영국을 제외한 동맹군들은 전투참가를 꺼리고 있다.
미국이 급조해 만든 이라크 현지인 군인과 경찰들은 이번 민중봉기를 주도한 강경 시아파 사드르의 민병대와는 상대가 안된다.
더욱이 동맹군 스페인은 철군을 이미 시작했으며, 파견규모가 작긴하지만 도미니카 온두라스 등 남미국가들도 철군을 검토중이다.
부시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이 철군 도미노현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철군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이라크 주권이양도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시의 하수인 부레머 행정장관과 국가통치평의회가 난산 끝에 만든 임시헌법에 대해 사담 후세인 제거때 미국에 협조한 쿠르드족을 너무 배려했다는 이유로 시아파는 물론 수니파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과도정부 구성을 어떻게 하고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은 당초 부레머 행정장관이 구성한 현재의 국가통치평의회를 확대 개편해 과도정부로 대치하려 했으나, 최근 유엔 특사 브라히미의 의사를 받아들여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브라히미의 계획은 유엔의 이름 아래 새로운 과도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유엔의 역할 일정 부문을 회복 시키는 의미를 갖는데, 파월이나 라이스 등 온건파들이 동의하고 있다.
미국이 임명한 현 25명의 국가통치위원회는 상당수가 해외 망명 귀족출신이고, 국난의 위기에도 해외나들이나 하고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브라히미의 안은 아직 유엔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결심이 남았고, 설사 받아 들여진다해도 앞으로 두달 남짓 남은 시간내에 각 종파와 종교의 의견을 수렴해 과도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부시정부가 이라크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내 일부에서는 이라크 전쟁이 더 이상 베트남전화 하기전에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당초 잘못 짚은 전쟁이고, 700명이나 되는 젊은이가 희생된 마당에 더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일부에서는 그러나 지금 철수하면 미국의 이미지 손상은 물론 중동의 민주화는 물건너가고 이라크는 테러리스트들과 시리아, 이란 군인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고 반대한다.
부시는 아마도 여론향배의 중간에서 내년 1월 총선 후 유엔에 임무를 떠넘기고 철수할 것으로 짐작된다.
11월 대선고지 탈환에 유리할 뿐 아니라 조금이나마 세계 최강대국의 체면을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부시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이라크 과도정부구성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崔 鍾 聲(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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