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새로 도입된 정당투표에서 대구는 한나라당 62.1%, 열린우리당 22.3%, 민노당 11.6%의 지지 분포를 나타냈다. 경북은 한나라당 58.3%, 열린우리당 23%, 민노당 12.0%였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지역구 당선자를 석권한 것을 두고 대구.경북의 지역주의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가 전국에서 드높다. 때문에 '대구' 차 번호판을 지역이 표시되지 않은 신형으로 바꾼 이도 있고 회식자리에 참석하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한다. 대구.경북 사람들을 보는 다른 지역의 시선이 더욱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때문인지 선거 이후 출향 인사들이 지역 친지들에게 걸어오는 전화 또한 십중팔구 그런 내용이다.
물론 반론의 강도 역시 만만찮다. 과거와 비교할 때 불가능 할 것 같던 마의 20% 벽을 넘어 22, 23%대로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나 개인 득표율에서도 30%를 넘어서는 후보들이 속출한 것은 한나라당 일당 독주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 한 것으로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구.경북이 획일주의에 매몰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추구하고 변화를 수용할 태세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는 낙관론도 많다.
다만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입을 모아 대구.경북의 선거 결과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는데 대해서는 그 배경이 무엇이고 그들의 주장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는 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먼저 대구.경북과 호남의 선거 결과가 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대구.경북과 호남은 다르다(?)
대구.경북과 호남의 득표율과 정당지지도를 직접 비교, 단순 수치상으로 대구.경북은 22, 23%인데 호남은 불과 2,3%만 지지했다는 주장은 자칫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지역주의라면 호남 역시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결과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한 배에서 나온 같은 호남당'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장여진 광주타임스 정치부 차장은 이와 관련, "대구.경북사람들의 인식에 비춰보면 김대중과 그 측근들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고 그들 중 다수를 감옥에 보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남사람들이 절대로 표를 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호남은 열린우리당을 지지했고 호남당이라는 민주당은 버림 받았다. 이를 지역주의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장 차장은 또 "비례대표 3석 호남 배려라는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와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잇따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호남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호남 고립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5%도 얻지 못한 것도 지역주의가 아니냐는 대구.경북의 항변에 대해서도 대구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DJ 정권 5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호남을 소외시키고 줄기차게 공격함으로써 비호남을 묶으려는 전략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80년의 광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철저한 호남 고립화 전략을 고수해온 한나라당을 찍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역시 '대구.경북 싹쓸이'가 지역주의의 새로운 발호라고 주장했다. 대구총선연대 윤종화 집행위원장은 "전라도의 경우 민주당의 단 한번의 잘못(탄핵)을 용서하지 않고 심판한 것이고 충청도의 경우는 신행정수도라는 정책을 두고 평가.선택한 것으로 지역주의와는 다르다"면서 "대구.경북의 총선 결과를 보면 지역주의가 새롭게 부활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국장도 "대구.경북의 4.15총선 결과는 지역주의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한 충청도와 호남의 지지는 신행정수도라는 정책과 탄핵심판이라는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비판론
박원재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유독 대구.경북만 가지고 비판하느냐고 하지만 같은 싹쓸이라고 해도 유감스럽게도 대구.경북의 경우는 변화를 거부한 정치된 의식의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미래지향적인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경북은 과거지향적인 요소가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경북출신의 출향민이라고 밝힌 권모씨는 인터넷 메일을 통해 "과연 한나라당 하나로 경북의 이익을 가져 올 수 있는가. 한나라당도 견제되어야 한다. 썩은 막대기만 갖다 놔도 당선되는 사태는 비극이 아니라 차라리 희극"이라고 비판했다. 권씨는 이어 "대구 지하철, 정신차리소, 누구하나 처벌되는 것 봤능기요, 끼리끼리 해묵은까네 변한기 없는거 아잉교"라고 비아냥댔다.
대구 출신의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유학생이라고 밝힌 곽모씨는 "보수 언론들이 한나라당한테 표를 안 던진 호남도 영남이나 매 한가지라고 몰아부치는 '만행'을 또 저지르고 있다. 호남에서 열린우리당을 찍은 선택의 요인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에게는 절대로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모씨는 또 "이들은 전략적 투표행위를 보여주는 계층이며 현재의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한나라당에는 단 한 표도 던지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모씨는 본지 인터넷 게시판에 "유독 대구.경북만이 싹쓸이에 대하여 독특하게 비난받는 이유의 본질은 박통 등 40년 군부 수구세력들의 계승자인 한나라당까지 한번도 변함없이 계속 끊임없이 맹목적.광신적으로, 또 습관적으로 지지해 온 것이 싹쓸이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관론도 많다
비판론도 많지만 낙관론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제기되고 있다. 마의 20% 벽을 넘어 22%를 넘어선 것이 '희망의 불씨'라는 주장이다. 다양화된 사회의 가능성을 엿보였다는 주장이다.
김석수 경북대 철학과 교수는 "대구에서 20% 이상의 유권자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역주의'에 완전히 묻혀 버려서는 안된다"며 "이 표심은 대구도 변해야 한다는 소리를 웅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거의 향수에 젖어서는 안된다는 자각과 함께 대구.경북이 개방되고 다원화된 모습의 형태를 원하고 있다는 큰 울림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열린우리당의 표가 20%가 넘었다는 사실은 이 지역에도 젊은층과 지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층들이 어떤 사안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일정부분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들은 대구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계층이며 이런 표들이 엮어져서 대구사회를 개방적으로 열어가고 대구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외지인들이 '한마디로 싹수가 노랗다'는 일방적이고 단정적인 주장은 올바르지 않다는 주장들이다.
중앙일보 도성진 논설위원은 "의석을 갖고만 논할 문제는 아니다. 싹쓸이라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대구의 열린우리당 22.3% 지지는 열린 사회, 다양화된 사회로 가고 있다는 표징이라고 본다. 지역의 표심을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주의라는 비판을 가하는 대구총선연대 윤종화 위원장도 "하지만 낙선자들의 득표율이 과거와는 달리 높게 나온 것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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