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낭만요.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21일 오후 3시 경북대 중앙도서관. 교정은 만개한 꽃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도서관 열람실은 책에다 얼굴을 박고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중에는 아직 앳된 티를 벗어나지 못한 신입생들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다.
취업난이 대학가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취업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동아리에 가입하는 신입생이 격감하고, 도서관은 신입생까지 가세하면서 좌석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또 야외 공연은 면학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로 자취를 감추었다.
신입생 이모(20.여.생물공학부 1학년)씨는 "강의가 비는 시간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지만 빈자리를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며 "중앙도서관 1.2층은 취업시험이나 고시공부를 하는 고학년생들로 오전 9시면 좌석이 꽉차고, 3.4층마저도 10시를 넘어서면 빈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도서관은 오전 8시 이전에 등교, 좌석를 확보한 뒤 안심하고 수업을 듣는 '아침형 인간'에서부터 선배임을 내세워 저학년생의 자리를 뺏는 '사마귀족'까지 등장해 좌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서관학생위원회 옥상훈(24.기계공학부) 회장은 "도서관에 신입생들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났다"며 "올해 초 도서관 사물함 신청때는 학번도 없는 신입생들이 합격증이나 등록금납부 고지서를 들고 신청하러오는 사례도 많아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신입생들이 취업을 위한 학점관리와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아리 가입을 기피하는 일도 많아져 일부 동아리는 회원이 격감,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유지가 되는 동아리는 영어회화 동아리 등 취업과 직결되는 몇몇 동아리로 한정되고 있다는 것.
동아리연합회장 김형진(24.경영학과)씨는 "취업난과 학부제의 확대 시행으로 신입생 시절부터 경쟁으로 내몰려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워졌다"이라며 "특히 '자율전공부'의 경우에는 1학년 성적으로 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학교측도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야외공연장을 없애고 동아리의 야외공연을 금지시키는 등의 정책까지 마련했을 정도다.
한편, 심각한 대졸실업난 극복을 위해 전통적으로 앙숙 관계에 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학 총학생회가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김원경(24.전자전기공학부)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지방대학생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8주과정으로 '미래엘리트 양성과정'을 개설했다"며 "갈수록 청년실업문제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이념문제에 집착할 수만 없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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