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한 농사꾼이 소를 한 마리 먹였는데, 한번은 집안에 큰일이 생겨서 이 소를 팔았어. 장에 가서 소를 팔고 보니 그 돈이 제법 많을 것 아니야? 엽전 꾸러미가 묵직하니 한 보따리나 되는 걸 어깨에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지.
오다가 마을 어귀에 마침 잔치하는 집이 있어서, 이 사람이 거기에 들어갔어. 옛날에는 잔칫집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놀고 그랬거든. 이 사람도 그 틈에 끼여 국수 한 그릇 얻어먹고 놀았어. 그러다가 이제 집에 가려고 보니, 아뿔싸 돈 보따리가 없어졌네. 아무리 찾아도 없어. 끌러서 발치에 두었던 걸,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도둑이 훔쳐갔나 봐. 그러나저러나 그 큰돈을 잃어버렸으니 낭패 아니야? 하릴없이 그 고을 원님한테 찾아가서 하소연을 했어.
"사또, 이러저러해서 소 판 돈을 잃어버렸으니 찾아 줍시오".
그랬더니 원님이 돈 찾을 궁리를 하기는커녕 냅다 면박만 주더란 말이지.
"아니, 네가 간수를 못 해 잃어버린 돈이면 네가 찾을 일이지, 어찌 관가에 와서 귀찮게 하느냐? 당장 나가거라".
일이 이렇게 되니 돈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억울하겠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하염없이 줄줄 흘리고 있는 거지. 이 때 이 고을 이방 아들이 동헌 한쪽 구석에서 놀고 있었어. 나이 겨우 일곱 살 먹은 아이인데, 그 모습을 보더니 당장 사또 앞에 쪼르르 달려가서 아뢰는 거야.
"사또, 그 돈을 찾을 방도가 있습니다".
"뭐라고? 그걸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이냐?"
"저에게 사또 자리를 잠깐 빌려주시면 찾아보겠습니다".
"거 참 당돌한 놈이로구나. 그럼 어디 네가 이 자리에 앉아서 해 보아라".
원님이 혀를 차면서 자리를 비켜 줬어. 그랬더니 아이가 원님 앉는 자리에 달랑 올라앉아서 당차게 호령을 하네.
"여봐라. 어서 가서 그 잔칫집에 왔던 사람들을 다 데려오너라".
그래, 사령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잔칫집에 왔던 사람들을 다 데려왔어. 잔칫집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였을 테니 그 수가 좀 많겠어? 데려다가 주르르 세워 놓으니 동헌 뜰이 그득해. 그렇게 세워 놓고는, 아 다시 쓰다 달다 말이 없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거야. 해가 뉘엿뉘엿할 때까지 마냥 그러고 있으니 모두들 좀이 쑤실 것 아니야? 잡혀 온 사람들도 웅성웅성하고, 구경하던 백성들도 수군수군하고, 이쯤 되니까 그제서야 한 마디 하기를,
"이제 모두 돌아가거라". 아 이런단 말이야. 그 뭐 싱겁기 짝이 없지. 한창 좀이 쑤시던 판이니까 모두들 앞다투어 빠져나가기 바쁘거든. 이 때, 이 아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발로 마루청을 쾅 구르면서 집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치네.
"돈 훔쳐간 놈은 당장 그 자리에 앉아라".
그러니까 정말 한 사람이 그 자리에 탁 주저앉더래.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마음 놓고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돈 훔쳐간 놈은 앉아라' 하니까 엉겁결에 주저앉은 거야. 그렇게 해서 도둑을 잡고 돈을 찾았다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