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역 공연장 왜 이러나"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대구에선 공연하기가 너무 힘들다".

공연단체들과 대구시내 각 공연장들 간의 마찰이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다.

공연장 담당 공무원들의 불친절과 권위의식 등으로 인해 공연단체마다 대구에선 공연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단체측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간에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까지 불거지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사자인 공연단체측 관계자는 "반말을 일삼는 데다 대관료도 안 내는데 우리가 잘해줄 필요가 있느냐 등 너무 고압적인 태도에 격분해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됐다"며 "시민들에게 보다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서로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공연단체를 하인 대하듯 하는 공무원의 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공연장 내 창고 사용과 관련해 문화공간 관리 차원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지게 됐다"며 "시설물 관리 담당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며, 지금은 원만하게 잘 합의됐다"고 말했다.

대구문예회관, 시민회관, 대구학생문화센터, 어린이회관 등 대구시 및 대구시교육청 산하 다른 공연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ㄱ 공연장에서는 음악회 대관을 신청한 공연기획자에게 초대권을 배정하지 않으면 대관을 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공연기획자는 "대관 담당자가 조례상 부칙의 규정을 들어 초대권 수십 장을 주지 않으면 대관을 해줄 수 없다는 황당한 얘기를 해왔다"며 "공연 날짜가 임박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초대권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ㄴ 기획사 대표는 공연장측의 심한 처사에 반발, 아예 공연장을 옮겨 버렸다.

이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돈을 내고 건물을 빌려쓰는데 매번 상전 대하듯 공연장측 관계자들을 대하려니 너무 힘이 들어 다른 공연장으로 옮기게 됐다"며 "공연장은 여전히 친절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공연기획자들은 대구시내 공연장 담당 공무원들의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 및 융통성 부족과 권위의식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연극인은 "수년전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을 위해 한 공연장에 대관신청을 했는데 원작자 사인이 없으면 대관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받았다"며 "셰익스피어를 다시 살릴 수도 없고, 담당 공무원은 원칙을 고수하기만 하고, 이 같은 황당한 일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연담당 공무원들의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공연장을 민영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공연기획 관계자는 "공연장마다 대구시민을 위해 좋은 공연물 유치나 서비스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부 공무원이 문제"라며 "결국 마지막 대안은 모든 공연장을 서울처럼 민간 위탁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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