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한문 스터디

노크 소리. "들어오세요"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커피포트에 전원 플러그가 꽂힙니다.

물 끓어오르는 소리, 찻잔 달그락거리는 소리. 사학과의 규남씨가 먼저 와 있습니다.

윗입술을 살짝 들어올리면서 방긋 웃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지금 막 피어나는 한 송이 해당화라고나 할까요. 또 한 사람 있습니다.

체육과 출신의 헬스클럽 강사인 무웅씨. 그 이름처럼 근사한 체격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삼월, 선생님은 도수 높은 안경 너머로 우리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찬찬히 뜯어보시면서 한문 공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반이에요. 시부모님이 공무원인데다 워낙 고풍스러운 분들이세요. 게다가 한의사인 우리 그이는 더더욱 구식이에요. 한문 공부시켜서 저와 함께 중국에 유학 가려고 해요. 앞으로 태어날 애들을 위해서래요".

"그래도 저보다는 휠씬 낭만적이네요. 저는 결혼을 안한게 아니라 못했습니다.

그녀말인데요. 열살이나 아래입니다.

그녀가 대학 졸업하자마자 중국에 함께 공부하러 가고싶어요. '우리 결혼해서…'하고는 내 손을 살며시 잡아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한문을 배우기로 결심했었습니다".

"저는 전문서적을 읽고싶어서요 "라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젊은 그들의 진솔한 대답에 진한 감동을 느끼면서….

그러고 나서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일곱시. 두 시간씩의 한문공부. 성실한 자세로 꾸준히 공부한 사람은 무웅씨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는 어느새 규남씨와 나를 추월해 버린 것입니다.

천현섭 무산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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