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출마자 청와대 만찬 연기

23일과 24일로 예정됐던 대구.경북지역 총선 출마자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이 탄핵국면 해소 이후로 연기됐다. 지난 21일 있었던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남이 정치적 성격을 띤 것이라는 비판과 아직 탄핵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노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대구.경북 출마자들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위로한다는 계획이었다. 따라서 출마자들과의 공식적인 만남 이전에 청와대와 당 사이에서 정무 업무를 맡게 된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의 문희상(文喜相) 당선자가 조만간 대구에 내려와 출마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청와대를 방문, 노 대통령 부부를 면담한 이강철(李康哲) 대구선대위원장은 전원이 낙선, 원내 교두보 확보에 실패한 대구.경북에 대한 각별한 배려와 출마자에 대한 위무를 요청, 청와대로 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노 대통령 부부로 부터 지역 출마자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대신 전해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한편 이 위원장은 21일과 22일 이틀간 대구와 경북지역 총선 출마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총선 이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식적으로는 총선 이후의 당의 활로 모색을 위한 자리였으나 시기적으로 총선에 대한 소회를 토로하는 자리가 됐다.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물이나 정책.공약의 열세로 그만큼의 패배를 했으면 납득이라도 하겠는데 선거 결과를 보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 아직까지도 정신이 멍하다는 사람이 다수였다고 한다. 정말 어떤 식으로 해야 지역민들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일부 출마자들은 선거운동 과정 중에서 "000가 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한나라당을 찍겠다"거나 "각종 지역 현안 사업을 해결하는데 xxx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아는데 그래도 난 한나라당을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선거 이후에도 일부에서 "그래도 싹쓸이는 안되는데"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도 "잘 됐다. 속이 후련하다"는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을 보고는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이어지자 이들은 앞으로 자주 만나자는 약속만 하고 헤어졌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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