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출구조사' 조건부 再考 시사

박대표 즉시 화답 교감설

불법 대선자금 사용처 출구조사를 두고 검찰과 야당 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한나라당이 천안 연수원이나 당사를 팔아 헌납하면 출구조사를 재고할 뜻을 내비치자,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헌납이 이미 완료됐다"며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양측간 '교감설',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각에선 "불법자금 수사는 정치적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안대희(安大熙) 대검중수부장은 22일 출구조사 조건부 재고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안 부장은 '한나라당이 연수원 매각금을 국가에 반환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내 입으로 얘기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한나라당이 매각금을 국가에 헌납하고자 할 때 국고환수가 가능한지 수사팀에 검토토록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박 대표가 화답했다.

이날 인천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700억원쯤 되는 천안 연수원은 이미 우리 소유권을 떠나 국가에 헌납했다"고 밝혔다.

또 "천안연수원은 이미 한나라당이 소유권을 포기한 상태이고 국가 헌납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영남 중진 의원이 최근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와 잇따라 접촉, "더 이상의 출구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총선이 끝난 뒤에도 대선자금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편파수사 논란만 부각시키는 만큼 늦어도 17대 국회 시작 전에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측도 "출구(사용처)조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이재창.엄호성 의원의 경우는 중앙당에서 지원된 불법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고발된 사안이기에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연수원 매각대금 국가헌납을 조건으로 출구조사를 재고하려는 것은 수사 장기화에 따른 정국불안 우려와 함께 한나라당과 구 민주당에 집중된 대선자금 수사가 자칫 편파수사 의혹을 낳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시작됐음에도 계속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상생의 정치'는커녕 여야간 정쟁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제대로 수사도 해보기 전에 검찰이 서둘러 관용을 보이려는 것은 법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쓸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가 마무리된 뒤 정상참작이야 가능하지만 가야할 길이 먼데 벌써부터 출구조사 재고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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