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 딛고 새삶"교도소 합창

23일 낮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대구교도소'.

철조망이 쳐진 담장 밑에 피어난 민들레와 야생화를 배경으로 이날 '특별한 수형자'와 '특별한 손님들'이 교도소 안 교회당에 모였다.

장애인 주간을 맞아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소속 회원 30여명이 장애인 수형자들을 위한 위문행사를 개최한 것.

더러는 휠체어를 탔거나 불편한 몸을 의자에 기댄 수형자들은 장애인 가수의 노래와 동료들의 장기자랑에 환호성을 지르고 '앙코르'를 부르며 손가락으로 휘슬을 보냈다.

남빛 '가다마이'(재소자들이 죄수복인 '수의'를 부르는 은어)를 입은 수형자들의 얼굴엔 금세 화색이 돌았다.

마이크를 잡은 수형자들은 처음엔 '장난감 병정' '해후' '불새' 등으로 서글픔을 달래는가 싶더니 분위기가 오르자 신나는 뽕짝을 불러댔다.

9살짜리 꼬마 여가수가 "해바라기 꽃을 아시나요~~~♬"라고 멋들어지게 부르자 교도소안은 순식간 '열린 음악회'로 변했다.

장애인문화예술공연단 이명자 단장은 "몇 시간 안되는 공연이었지만 이처럼 반겨줘서 너무나 고맙다"며 "이 분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사회로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활짝 웃음 지었다.

대구교도소에 수감된 장애인 수형자들은 모두 110여명. 5~7평짜리 '수용거실'에서 12, 13명씩 지내는 이들은 지체장애, 정신지체, 시각.청각장애 등으로 무기수에서부터 1년 미만 단기수까지 형기도 다양하다.

또 연령도 높고, 면회 한 번 오지 않는 무연고자가 60~70%에 이른다.

상당수는 장애에 대한 응어리와 피해의식을 안고 살다 사소한 감정싸움이 폭력사건으로 번져 들어 온 이들. 회원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가난한 장애인 수형자들을 위해 매월 20명씩 돌아가며 2만, 3만원의 영치금을 넣어준 일이 계기가 됐다.

양말과 칫솔, 비타민제 등 자잘하게 쓰일 곳이 많은 이들에겐 한 달에 만원도 큰 돈이다

교도소내 장애인들의 삶은 일반 수감자에 비해 더욱 어렵다.

의족.의수가 흉기로 간주돼 벗고 수용거실로 들어가는 장애인들은 재래식 변기를 쓰는 일조차 고역이고 계단이나 턱을 넘는 것도 힘들다.

좌변기나 점자블록 등 교도소내 장애인 편의시설도 최근에야 생겼다.

대구교도소 김홍호 교무담당은 "최근 법무부 차원에서 장애인 수형자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며 "장흥교도소나 부산교도소처럼 장애인을 전담하는 교정시설이 더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장애인고용안전협회 노세중 사무국장은 "폐쇄적인 교도소에서 오늘처럼 외부행사를 적극 초청해 줘 감사하다"며 "뜻있는 시민들도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종교서적 보내기 운동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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