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가짜 의사

▲지난 2000년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20년간 정계 거물 등을 단골로 두고 명의 행세를 해 온 한 남자가 가짜 의사라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빚어졌다.

베트남 출신인 이 남자는 사소한 의료 사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정체가 드러나 쇠고랑을 찼는데, 베트남과 영국 소련에서 취득했다고 주장한 각종 자격증이 모두 가짜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가짜 의사의 진료원은 파판드루 총리, 카라만리스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과 각계 명사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등 최고의 명성을 누려왔다고 한다.

▲그리스 경우처럼 명의로 알려졌다 가짜로 드러난 사례가 10년전 아르헨티나에서도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한 종합병원 외과의사로 14년동안 명성을 날리던 40대 여자였다.

이 가짜 의사는 진짜 뺨칠 정도의 풍부한 의학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로 의료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신상에 관한 질문에 항상 답변을 꺼려온 것을 이상히 여긴 병원측의 뒤늦은 확인조사 결과 정체가 탄로났다는 것이다.

▲명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자격증 없이 무면허로 번듯한 의사 노릇을 하다 적발된 사람들 중에는 더러 당당한 가짜도 있다.

스페인에서 면허 없이 산부인과 의사를 자처하며 10여년간 1만명 이상의 여성을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한 남자는 법정에서 자신은 자격증은 없지만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사기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가짜 의사도 만만찮다.

최근 지역에서 60대 가짜 의사가 적발됐다.

병원 사무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의사면허증 등을 위조해 대구 칠곡 등지 병원에 전문의로 취업, 4년동안 2천5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돌팔이'로 통칭되는 이런 가짜와는 성격이 다른 '오다리'의사도 있다.

'오다리'는 진짜 의사의 지시(order)를 받아 의료행위를 벌이는 가짜를 말하는데 이런 오다리가 전국에 5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저런 연유로 보건복지부가 가짜 의사.약사 적발에 나섰다.

전국의 의사와 약사 면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병.의원에 재직 중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를 대상으로 가짜 색출작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의사는 총 8만1천801명, 약사는 5만3천552명이라고 한다.

이 경우 '오다리'는 어떻게 적발할 것인지 관심이 아닐 수 없고, 또 유전자분석을 통해 질병에 관한 검사와 연구를 해온 바이오 벤처기업을 의사협회가 최근 무면허 의료행위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어떻게 결론날지 자못 궁금하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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