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통령 선거와 이번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세대별로 지지 후보와 정당이 갈리는 세대대결, 세대갈등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대변수가 한국의 정치지형을 잇따라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대정치'가 한국의 선거문화를 지배하는 거대담론으로 급부상하면서 우리사회의 세대, 세대간 인식차, 세대간 이념차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해 보려는 노력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의 세대대립과 세대지형 등을 독특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는 소장파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대 문제를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 혁명.방황.탐닉세대 세그룹
"40대 중반까지 포함해 20대와 30대를 주축으로 하는 2030세대는 한국사회의 주요 변동 추진세력으로서 구질서를 부정하고 파괴중이며 대안 질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중앙무대에 진입해 비주류에서 주류로 일약 신분을 바꾼 2030세대에 주목하고 있는 송호근(宋虎根.48)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혁명 세대 △방황 세대 △탐닉 세대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변화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혁명 세대는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시민항쟁을 경험한 80~87학번(36~43세)으로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 아래서 국가전복의 꿈을 꾸며 다양한 사회변혁 이론을 만들어낸 세대다.
방황 세대는 국내에선 민주화를, 세계적으로는 사회주의 붕괴를 목격하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찾아나선 88~92학번(31~35세), 탐닉 세대는 94~03학번(21~30세)으로 2002년 월드컵을 주도한 세대라고 한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시장합리주의'를 체득한 2030세대가 해체하고 있는 가치란 무엇일까?
"2030은 성장주의에 대한 거역,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 국가주의에 대한 거부라는 반란을 일으키고 있어요. 5.6공(共)이 신주처럼 모신 가치라 할 수 있는 성장주의와 권위주의, 국가주의를 버렸을 뿐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이를 부수고 있어요".
문제는 이들에 의한 파괴와 해체 후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송 교수는 진단했다.
"성장주의, 권위주의, 국가주의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지만 무엇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없어요. 이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뒤따를지도 몰라요. 정치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이죠".
◆ 인구의 3분의1…전체 유권자의 절반
-기존가치를 거부하는 신세대가 지향하는 것은 뭘까요.
"그들은 새로운 정치를 원합니다.
새로운 정치라는 게 다소 추상적이긴 합니다만 구질서의 완전한 해체를 꿈꾼다고 봐야죠. 또한 구시대 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 명망가, 수구, 고령자, 엘리트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학연.지연 등 이해관계와 균열구조를 버리는 대신 평등과 균등한 이해를 원하고 지향하고 있어요. 획일적 기준보다는 다기화된 재능을 선호하고 있기도 하죠".
진보정치의 제도권 진입이 더이상 늦춰질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라고 한다.
"1987년부터 2004년까지 민주화 과정에서 민선정부가 부분적으로 급진세력을 수용했더라면 진보정치에 대한 열망이 이번처럼 폭발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을 겁니다.
지난 15, 16년 동안 진보의 목소리를 묶어놓은 정치질서 때문에 진보세력은 기존의 정치질서를 전면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죠. 이번 총선에서 이런 흐름이 극에 달했던 것이죠. 유권자의 절반에 이르는 2030세대의 인구분포와 세대의 차이가 빚어낸 정권교체가 바로 이번 4.15 총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보세력의 조직역량은 갈수록 커지겠군요.
"지난 15년간 진보정치의 중앙무대 진입이 미뤄져온 사이 진보세력의 조직화가 완성됐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조직화와 운동역량이 지속적으로 쌓인 끝에 봇물 터지듯 터진 겁니다.
조직화야말로 진보정치의 최대 장점이고 향후 10년 동안은 이 프레임대로 갈 것입니다.
-촛불시위같은 새로운 시위문화도 신세대의 조직화에 한몫 했겠죠.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젊은 세대들은 그 시위를 축제라고 여기고 있어요. 실제로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신세대들은 '나갔더니 행복했다'고 해요.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과 소통하는데 대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죠. 이들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도 이데올로기이면서 축제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 정치는 이데올로기이자 축제
-2030세대의 주류사회 진입이 향후 어떤 변화를 초래할까요.
"진보정당 구성원들이 운동가 중심이어서 좌 편향적 정책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큰 폭의 개혁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유세 과세와 노동권익 및 비정규직 보호, 소득평등 및 공공복지 강화, 정기간행물법과 방송법 개정 등을 들 수 있겠죠.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의 적자가 예상돼 복잡한 사회적 논란이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됩니까.
"현실주의와 패권주의적 시각이 부정되고 정의와 규범, 도덕성이 중시될 겁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념적 차이보다 민족적 동질성이 우선될 것이며, 구미.일본보다 중국.러시아 쪽으로 편향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친북이념은 강화되고 반미감정과 반미노선은 심화할 겁니다".
유럽에서 좌파이념의 확산과 당시 경제수준의 상관관계를 비교분석해 제시한 송 교수는 "1인당 GNP가 8천~1만 달러였던 1970년대는 학생, 노동조합, 지식인 중심의 좌파이념의 시대였고 좌파정당이 부상한 때였다"면서 "이런 좌파이념의 시대 이후에 신보수가 등장해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 송호근(宋虎根)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회학 박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과장 및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방문교수 역임
▲저서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세계화와 복지국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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