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부부-(3부.17)편부.편모 가정

'한부모 가정'. 이혼율이 증가하고 악성 질병으로 30, 40대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는데다 미혼 출산이 늘면서 한부모 가정은 이제 흔한 가족형태가 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부모 가정은 전체 가구의 약 9.4%(1천124만 가구). 예전에는 대부분 배우자의 사망으로 한부모 가정이 되었지만 최근 들어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01년 조사에 의하면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 46.7%, 사별로 인한 경우가 35.4%, 배우자 유기나 가출.장기 복역 등으로 인한 경우가 13.5%, 미혼모로 인한 경우가 3.1%로 나타나 있다.

한부모 가정은 어머니와 자녀,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형태. 한부모 가정이 늘면서 '편부.편모'라는 말 대신 '한부모'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을 정도다.

한부모 가정의 '한'은 '하나로서 온전하다, 가득차다'는 의미.

그러나 이렇게 한부모라는 용어를 쓰는 것과 달리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한부모들이 느끼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자녀 양육, 사회의 곱지 않은 편견 등 넘어야 할 벽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참기 힘든 경제적 어려움

이혼.사별 등으로 한부모 가정이 되었다고 해도 경제력이 있는 경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어려움도 없고 재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경우 당장 하루하루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

"부자가정은 월 평균 50만∼60만원, 모자가정은 월 평균 70만∼80만원의 수입으로 월셋방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부자.모자가정을 대상으로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김혜영 주임은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의 문제가 적잖다고 말한다.

가정 파탄이 나 이혼하게 되는 이유도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고 한부모 가정이 되고나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을 자포자기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는 개인사업을 하며 사장 소리를 들었던 김모(46)씨. 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망하고 아내도 돈을 벌어보려다가 빚만 지고 가출해 버려 결국 이혼해 자식을 떠맡았지만 월셋방에서 살면서 대리운전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요즘은 대구시내 대리운전 요금도 1만원에서 8천원, 6천원까지 내려 돈벌이가 시원찮습니다".

김씨는 요즘 큰 아들이 엇나가려고 해 걱정이라며 도대체 사는 즐거움이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저소득층 부자가정의 경우 김씨처럼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가 가출했다가 2년 정도 지나 법적 이혼을 하고 자식을 돌보는 사례가 적잖다.

보통 막노동으로 하루벌이를 하는 부자가정 아버지들은 몸도 성치 못해 중병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김 주임은 "모자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자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며 "저소득 부자가정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혼.사별 등으로 여성가장이 돼버린 이들이 넘어야 할 벽도 높기만 하다.

'한번 해보자'는 당찬 각오로 아이와 함께 독립하려 하지만 전문 기술도 없는 주부가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운 일. 기껏해야 공공근로, 파출부, 식당, 공장 등 허드렛일을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밤낮으로 일하다가 결국 여성가장들도 온 몸에 골병이 들기 일쑤.

여성가장들을 대상으로 '취업 및 창업요리'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서봉순요리학원의 김종연 원장은 "여성가장들이 자립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이 과정을 개설했지만 혼자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여성가장들이 시간적 제약으로 교육에 참여하기 힘들어 하는 어려움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보육의 어려움

한부모 가정은 부모, 친척 등에게 경제적 문제는 물론 보육 등도 의지할 처지가 못된다.

가장 가까운 친정에서조차 체면상 이혼한 딸을 받아주지 못하는가 하면 다른 지방에 사는 경우가 많아 친인척의 도움을 바라기 힘든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어린 경우 한부모 가정이 겪는 고통은 더욱 크다.

일자리를 가지고 싶어도 마땅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문제인 것이다.

여성가장 이모(31)씨는 "시간제 일을 하며 버티다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어 경제적 도움이라도 받을 생각으로 자활보호 신청을 해도 엄마가 젊고 애가 하나여서 안된다 하더라"며 퇴짜를 맞았다고 터놓는다.

부자가정의 경우 모자가정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가 어린 부자가정의 아버지들은 일을 하려고 해도 막노동 일자리가 타지에서 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 어린 아이를 집에 혼자 놔둘 수 없어 일도 하기 힘들다고 답답해 한다.

거기다가 밥 하고 설거지, 빨래, 청소 등 적잖은 가사 부담도 혼자서 떠안아야 한다.

혼자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키우고 있다는 아버지 박모(35)씨는 "요즘 일거리도 잘 없지만 어쩌다 일이 생겨도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 애를 챙겨줘야 해 저녁에 친구를 만날 시간도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영미 경북여정보고 교사는 "엄마없이 아버지와 살고 있는 아이들은 집안일을 해야 하고 동생을 돌보는 등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들보다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혼과 같은 표면적인 현상보다는 엄마나 아버지의 빈 자리를 우리 사회가 메꾸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편견 버려야

어찌 보면 부모의 이혼.사별 등으로 한부모 가정이 된 자녀들의 아픔이 가장 클 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한부모 가정을 결손가정, 가족 붕괴에 따른 해체가정 등으로 규정하면서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문제아.부적응아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이나 죽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 힘들어 하고 방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나 열심히 반듯하게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관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함께 사는 주부모임의 '여성가장모임'은 한부모 가정도 정상적인 가정임을 떳떳이 밝히고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아보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결손가정의 문제아가 아니라 사회의 희망찬 일꾼이 되도록 사회적 편견을 바꾸는데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힌다.

황은숙 한부모가정연구소장은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은 한부모 당사자뿐만 아니라 아동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증가하고 있는 한부모 가정 아동들의 심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혼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한부모 가정 아동들은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건전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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