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에 종사하는 김모(34.여)씨는 어쩔 수 없이 독신녀로 지내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맞선을 봐왔지만 마땅한 배우자감을 찾지 못한 때문이다.
김씨는 "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적당한 직장을 가진 배우자를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대구에 있는 한 당분간은 독신으로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의 인구 지표가 심각한 '노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산업 기반 붕괴와 경기 침체로 젊은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결혼율과 출산율이 다른 대부분 시.도보다 낮고, 고령화 지수는 오히려 전국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것.
지난해 대구에서 혼인신고를 한 커플은 모두 1만3천772쌍이다.
지난 99년 1만7천850쌍이 혼인신고를 했던 것에 비하면 5년 사이 무려 4천100여쌍이 줄었다.
이 기간 동안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자(30~34세) 인구가 2200명 자연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결혼율 감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결혼정보업체인 ㄷ사의 박장윤 (34) 대구지사장은 "대구의 결혼 시장 규모가 해마다 축소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젊은층의 타 도시 유출이 많아 결혼적령기 인구의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지사장은 또 "지역의 미혼 여성 중 일부는 아예 대기업과 전문직 인구 비중이 높고 도시 전망이 밝은 수도권이나 부산 등지의 배우자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3년 조혼인율(인구 1천명당 혼인율)을 보면 대구는 전국 평균인 6.3건에 훨씬 떨어지는 5.5건에 머물고 있다.
인천과 울산은 6.1건, 대전은 6.3건이었다.
이에 대해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김춘경 교수는 "젊은이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안정감이 있어야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며 "결혼율이 다른 도시보다 낮은 것은 독신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취약한 산업기반 탓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결혼을 유보하,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혼인율 감소는 '도시의 미래'인 출생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2002년 대구의 신생아는 2만4천46명으로 92년 3만6천537명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무려 1만2천491명(34.2%)이나 줄었다.
2002년도의 조 출생률(전국 평균 10.3건) 역시 대구는 9.5건으로 광주 12건, 인천10.3건, 대전 11건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구지표들이 대구를 급속한 '노령화 도시'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이미 지난 2000년 통계청 조사에서 대구의 노령화 지수는 28%로 생산도시인 울산(15.8%)의 두배에 가까웠으며 광주(23.8%), 대전(24.1%), 인천(23.3%) 등 다른 광역도시와 비교해도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김형기 교수는 "제3의 도시로 불렸던 대구의 노령화는 산업기반이 취약해지면서 대졸자는 물론 장년층조차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도시로 전락한 탓"이라며 "생산성이 가장 높은 20, 30대의 유출은 도시 성장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고부가가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산업 유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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