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4.15 총선전,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투표를 하지 말고 집에서 쉬셨으면 좋겠다는 이른바 노인폄훼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커서, 그냥 말 실수로 치부하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정 의장은 개혁세력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어, 도대체 이들이 무슨 개혁을 구상하고 있으며, 또 개혁세력을 자처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논리적 검증의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세상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우선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소위 IT(정보 기술)혁명이다.
새로운 IT의 발전은 인간의 경제 활동의 근본적인 재편성을 몰고 왔다.
무엇보다도 제조 산업의 자동화 촉진은 노사관계의 변화를 몰고 왔으며, 이제는 노동계급을 착취하지 않고도 잉여 이익을 낼 수 있게 되어, 칼 마르크스의 경제학의 제일 첫번째 원칙(axiom)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구(舊)식 계급투쟁의 방정식을 바꾸어놓았다.
두 번째는 인간 수명의 연장이다.
1900년에 미국의 평균 수명이 47세였는데, 지금 여자의 경우는 평균수명이 이미 80을 넘어섰다.
더욱이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은 인간의 수명 연장에도 더 빠른 박차를 가할 것이다.
앞으로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평균수명은 확대되어, 불과 10년 후에는 20대나 30대보다 80대나 90대가 더 많은 인구의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앞 날에 어떻게 이 고령의 인구가 계속 건강하게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게 하느냐가 가장 급박한 정부정책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학 교수의 정년을 아예 없애 버렸다.
계속 창의적인 학구와 강의를 할 수 있다면, 왜 임의적으로 그런 사람의 생산적인 삶을 중단시켜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금 명퇴다 뭐다해서 아직도 정정한 나이의 50대, 60대의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그것은 굉장한 국가적 손실이다.
이들의 경륜있는 창의력이 출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문제는 세대 교체를 통한 물갈이가 아니다.
앞으로 50년, 60년을 더 살 건강한 시민들의 창의적 에너지를 어떤 방법으로 계속 생산적인 수단으로 연결하느냐와 또 그렇게 더 오래 살 것을 대비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런 의식의 전환을 50이나 60이 다 되어서 어떤 새로운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게 할 것인지가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국가적인 큰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령이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
우선 고령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1990년 영국 BBC방송이 85세 된 여자 소설가를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79세에 남편이 사망하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80세에 첫 소설을 출판했고 85세 까지는 소설을 3권 썼다.
1998년 11월에는 뉴욕 마라톤대회에서 6년째 출전하여 매년 완주하는 93세 노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 유태인 노인은 별로 건강하지도 못해, 위의 3분의1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였고 73세에 식생활을 바꾸면서 젊음을 찾았고 86세부터는 매년 뉴욕 마라톤에 참가하였다는 기사였다.
한번 존 홀트(John Holt)가 쓴 '결코 늦지 않았다'(Never Too Late)는 책을 읽어 보면 그는 55세에 첼로를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지역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실내악단의 멤버로 일하며, 음악학교에서 첼로를 가르쳤다.
정 의장같은 분의 의식의 문제는 이것이다.
개혁을 외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의 개혁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사려깊게 생각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구 패러다임 속에서의 계급갈등, 기득권 대 무기득권의 갈등 구조를 계산하여 개혁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즉, 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 덜 부패되고 구 패러다임 속에서의 잣대로는 더 개혁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사이버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는, 그런 잣대가 부적절한 것이다.
심오하게 바뀐 사이버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패러다임을 생각하며 IT일등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치 담론이나 새로운 진보의 잣대가 나오기 전에는, 누가 누구보다 더 개혁적이라는 것이 완전히 아전인수격인 무의미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당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민노당도 한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한국의 정치판에서는 의미없는 말만 난무하는 위선의 말잔치뿐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홍가이 동서대 해외석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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