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꾀로 장가든 머슴

옛날 옛적 어느 곳에 한 영감이 살았는데, 이 영감한테 딸이 하나 있었어. 딸이 나이가 차서 시집보낼 때가 되니까 이 영감이 사윗감을 고르는데, 어떤 사윗감을 고르는고 하니 아주 기운이 센 사람을 구하거든. 살림이고 나이고 뭐고 다른 건 다 소용없고 그저 힘깨나 쓰는 사람이면 좋다는 거야. 그래 동네방네 소문을 내기를,

"누구든지 내 딸한테 장가들려면 시험을 보라. 나를 업고 저 뒷산 고개를 올라가되, 꼭대기까지 오를 동안 '후유'하는 한숨 한 번 안 쉬고 오르는 사람을 사위 삼겠노라". 이렇게 소문을 내놨단 말이지.

그래 놓으니 소문을 들은 총각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어서 시험을 보는데, 그 중에는 건넛마을 장사 삼 형제도 끼여 있었어. 이 장사 삼 형제는 기운 세기로 근방에 당할 사람이 없었거든. 그런데, 아무리 노인이라 하지만 사람을 등에 업고 고개를 오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꼭대기까지 한숨 한번 안 쉬고 오르려면 그게 참 예사 일이 아니지. 그래서 맨 먼저 삼 형제 중에서 막내가 시험을 봤는데, 고개 중턱도 못 올라가서 그만 저도 모르게 '후유' 하고 한숨을 쉬어버렸어.

"에잇, 자네는 안 되겠네".

이래서 막내 장사가 떨어졌어. 그 다음에는 둘째가 시험을 보는데, 이번에는 어찌어찌 고개 중턱까지는 한숨 한번 안 쉬고 올라갔지. 그런데 중턱쯤 올라갔을 때에서 너무 숨이 차서 그만 '후유' 하고 한숨을 쉬어버렸어.

"에잇, 자네도 안 되겠네".

이래서 둘째도 떨어졌어. 그 다음에는 맏이가 나섰지. 맏이는 영감을 업고 고개 중턱을 지날 때까지 한숨 한번 안 쉬고 거뜬하게 올라갔어. 그런데, 꼭대기까지 거의 다 와서 그만 못 참고 '후유' 한숨을 쉬어버렸어.

"에잇, 자네도 안 되겠네".

이래서 장사 삼 형제가 다 떨어졌거든. 이렇게 되니까 이제 아무도 시험 보겠다고 나서는 총각이 없네. 이 때 그 마을에 남의 집 머슴 사는 총각이 하나 있었어. 이 총각이 슬며시 나타나서 자기가 시험을 한번 보겠다고 그런단 말이야.

이 머슴총각이 영감을 업고 고개를 오르다가 고개 중턱 못 미쳐서 등에 업힌 영감더러,

"저 건넛마을 장사 삼 형제 중에서 막내가 이쯤에서 '후유' 했다지요?"하면서 한숨을 한번 쉬었어. 등에 업힌 영감은 그저 묻는 말인 줄만 알고,

"응, 그랬지. 그랬어"했지.

고개 중턱쯤 올라가다가 또 묻기를,

"저 건넛마을 장사 삼 형제 중에서 둘째가 이쯤에서 '후유' 했다지요?"하면서 또 한숨을 한번 쉬었어. 영감은 이번에도 그저 묻는 말인 줄만 알고,

"응, 그랬지. 그랬어"했지.

꼭대기 거의 다 와서 또 숨이 차기에,

"저 건넛마을 장사 삼 형제 중에서 맏이가 이쯤에서 '후유' 했다지요?"하면서 또 한숨을 한번 쉬었어. 영감은 이번에도 그저 묻는 말인 줄만 알고,

"응, 그랬지. 그랬어. 그런데 자네는 여태 한숨 한번 안 쉬고 오르니 참 용하이"하고, 이 머슴을 사위 삼았다는 거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