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찬회가 끝이 났지만 연찬회의 핵심메뉴로 떠오른 이념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념적 스펙트럼을 둘러싼 노선 갈등은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본격화될 것이란 시각과 함께 양당 모두 '중도'를 지향, 이념적 거리가 좁혀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다수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이 보수성향에서 이탈, '좌향좌'할 경우 영남권 정통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념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좌향좌 대 우향우=열린우리당은 연찬회를 통해 '탈이념-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했다.
일종의 '우향우' 선언이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마당에 지나친 개혁.진보 노선은 정쟁과 사회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29일 "열린우리당 연찬회에서 다수 당선자들이 '온건 진보' 보다 '온건 보수'에 무게가 더 실린 중도개혁 정당을 표방했다"며 "그러나 이같은 노선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가변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도 "개혁 노선위에서 실용적으로 대응한다"는 중도개혁 노선을 당 정체성으로 규정했다.
한마디로 이념적 스펙트럼을 좌에서 우로 돌리는 중도개혁에 당분간 치중하겠다는 얘기다.
29, 30일 양일간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의 주된 기류 역시 '개혁'과 '변화'였다.
수구 이미지를 털지 않고선 더 이상 외연확대가 어렵다는 불안감이 대세를 이뤘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리자"며 당 정체성 변화를 촉구하는 물꼬를 텄다.
그러자 소장파와 개혁성향 당선자들은 내놓고 '좌향좌'를 요구했다.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지금까지 당이 추구한 합리적 개혁이니 온건 보수 등의 개념은 수구부패와 다름 아니었다"면서 "보수를 위장한 수구부패를 청산하는 것이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양당이 조금씩 오른쪽과 왼쪽으로 이동, 이념적 색깔이 희석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찬회를 두고 볼 때 열린우리당은 중도개혁, 한나라당 중도보수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도'에 접점을 찾을 경우 양당의 정책적 차별화가 줄어들어 17대 국회가 이념적 대립없는 생산적 국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영남의 선택=보수를 지향하는 영남권 의원들로선 보수와 진보의 양대 구도가 무너지는데 대해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같은 '중도 노선'을 표방할 경우 양당의 지지기반이 중첩돼 결과적으로 보수성향의 영남 지지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종근(朴鍾根) 의원은 "좌파적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수구라는 등식은 잘못된 시각"이라며 "미국이나 구라파 등 세계적 추세도 오른쪽(우파)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택수(安澤秀) 의원은 "이회창 총재 시절부터 줄곧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걸어왔는데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며 당내 좌향좌 움직임을 비판했다.
김용갑(金容甲) 의원도 "열린우리당도 왼쪽으로만 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우리가 구태여 왼쪽으로 가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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