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정이 그립네요…".
지난해 대구에 정착한 평북 신의주 출신 탈북자 김영미씨(30.가명). 지난 97년 배고픔 때문에 북한을 혼자 탈출해 중국을 떠돌다 꿈에 그리던 한국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됐지만 요즘 눈물을 보이는 날이 많아졌다.
"북한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김씨는 "남한에서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이 되고, 최근 용천역 열차 사고가 언론에 자주 나오면서 북한의 가족이 더욱 그리워 진다"고 했다.
김씨는 몇차례 맞선을 보는 등 남한 사회에 빨리 정착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했지만 오히려 상처만 입을 뿐이었다.
북한 출신이라는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는 얼마 안가 가족을 버리고 왔다는 불신의 시선으로 보는 데다 정서적인 차이 등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 특히 아직도 북한 당국으로부터 쫓기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질환까지 앓을 정도로 남한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녀가 의지할 곳은 없다.
김씨처럼 '탈북 동포'들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자가 늘고 있지만 초기의 정착 과정을 빼고는 이들에 대한 사후 지원 정책은 물론 사회적 관심도 전무한 탓이다.
현재 대구에서 거주하는 탈북자 수는 180여명. 몇년전만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최근들어 매년 30-50여명씩 정착하면서 대구의 탈북자 수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대부분 녹녹치 않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것이 가장 힘겹다.
탈북자 김모(42)씨는 "식당에 취직했는데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고도 남들의 절반인 70만원을 받았다"며 "이제는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해 130여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탈북자에게 일자리 주기를 꺼려하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의 절반 이상이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의 북한이주민센터 관계자는"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탈북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직업교육에 대한 학비지원도 하고 있지만 형식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며 "탈북자들이 섣불리 취업에 나섰다가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아 정착 초기에는 아예 취업을 만류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이 가정을 만들기 어려운 점도 이들이 갖는 큰 고통의 하나다.
김영미씨처럼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은 데다 남한과 북한의 정서적 차이도 커 쉽게 적응이 안되는 때문이다.
이때문에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들 중 100여명이 가정을 갖지 못하고 혼자 지내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탈북자 정모(43)씨는 "초기 몇년 동안은 적응이 어려워 대구에 정착한 탈북자의 30% 정도가 해마다 서울 등지로 이사가고 있다"면서 "사선을 넘어 온 한 핏줄인 만큼 사회적으로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탈북자는 초기 정착때 4인가족 기준 5천5백여만원의 지원금과 임대아파트를 받고, 특별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5년 동안 60만원 상당의 생활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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