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유럽여행을 하면서 노숙(露宿)이란걸 처음 해보았다.
단지 숙박비를 아끼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누구나 그러하듯 여행을 가면 평상시 자신이 하지 않던 행동을 과감히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에서 의외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물론 내 경우도 그러했다.
유럽을 돌아다니던 중 벨기에에서 만난 어느 한국인이 나에게 그랬다.
"유럽에서 노숙의 파라다이스는 바로 독일 뮌헨역의 대합실"이라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난 솔깃했다.
배낭여행을 직접 준비하고 떠나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배낭여행 중 가장 어렵고 고민되는 것이 바로 숙박 해결이라는 것을. 파리, 로마, 런던 등의 유럽 대도시들은 한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한국식 민박이 많아 숙소잡기가 무척 쉽다.
오히려 서로 피 터지는 경쟁을 하느라 배낭여행자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을 하는 수준이다.
또한 유스호스텔이 잘 발달되어 있어 한국인 민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외국 아이들과 뒤섞여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편리한 유럽의 숙박인데, 유독 독일만은 숙박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뮌헨엔 몇 군데의 유스호스텔이 있지만 언제나 만원(유스호스텔은 하늘이 무너져도 언제나 예약한 사람이 우선)이고 그나마 얻기 힘들어서 근처 호텔을 알아보면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싸다.
더군다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도 거의 없다.
그래서 뮌헨의 숙박해결이 배낭여행자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뮌헨의 노숙할 장소를 귀띔 받았으니 흥미가 생길 수밖에.
그렇게 색다른 호기심(?)으로 찾아간 뮌헨역. 대합실 안에는 별도의 유리방이 설치되어 있고 지속적으로 독일 경찰들이 술취한 사람들을 검사하고 다닌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옆에 와서 직접 깨워주기까지 한다.
내가 직접 가서 겪어보니 생각보단 꽤 할 만했다.
또 듣던 대로 정말 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그날 밤을 안전한 유리방 안에서 보냈다.
처음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경험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한국 사람들과 알짜배기 여행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큰 소득이었다.
근처에 바로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고 옆엔 버거킹도 있으니 기본적인 시설도 대충 갖추어진 셈이다.
물론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못하겠지만 젊은 나이에 한번쯤 다른 나라 역에서 한국인들과 수다를 떨며 긴긴밤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다.
조은정 여행칼럼니스트 blog.hanafos.com/eif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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