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 바깥 바람도 쐬어 주고 싶고 어버이날엔 카네이션도 받고 싶은데...".
신체기능에서 당질(糖質)을 분해하는 효소가 생기지 않아 당질이 뇌.관절 등에 쌓이는 '헌터 증후군'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최재호(12.남구 봉덕2동)군. 재호 옆에는 늘 어머니 성미숙(40)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태어난 뒤 18개월 때쯤 병원에서 난치병 판정을 받은 뒤부터 성씨는 재호의 병간호 및 치료를 위해 15분 이상 걸리는 외출은 아예 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4일 오후 남구 앞산 순환도로변에 위치한 재호네 집 작은 방에는 몸무게 19㎏, 키 1m 남짓되는 재호가 링거를 꽂은 채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방안은 재호의 혈액순환을 위해 난방을 해 놓아 잠시만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였다.
지난해 10월쯤부터 건강이 악화, 이젠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불편해진 재호가 대.소변을 보았는지 어머니 성씨가 기저귀를 갈아줬다.
성씨는 재호에게 "두 동생도 이제 기저귀를 뗐는데 우리 재호는 큰형이면서 아직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뒤 인근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재호의 두 남동생 영호(6) 윤호(4)가 쪼르륵 형에게 달려와 "형아, 안녕"하며 재호 볼에 뽀뽀를 했다.
이 집에는 재호 등 3형제를 비롯해 부모와 할아버지.할머니 등 7명이 살고 있다.
재호의 병명을 알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재호에게 들어간 치료비는 모두 2억여원. 병원비 탓에 얼마 전 20여만원짜리 월세로 바뀐 2칸짜리 방 중에서 2평 남짓한 재호방에 부모를 비롯해 동생들이 함께 잠을 잔다.
"좁은 방이지만 온 가족이 한방에 누워 잘 때면 우리 재호가 가장 행복해 하는 것 같습니다".
재호 가족들에게는 지금 조그만 바람이 하나 있다.
내년 초쯤이면 재호의 목숨을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 있을지도 모를 '효소 대체제' 신약이 나온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따라 재호가 그때까지 버텨주는 것. 하지만 재호가 앓는 '헌터증후군'은 스무살이 되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재호는 최근 기도가 좁아지는 등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나빠지고 있다.
성씨는 "지난 겨울 너무나 힘겨운 간병생활 때문에 재호를 '어디 가서 버리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독한 마음까지 먹고 길을 나섰다"며 "그러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든 재호 모습에 되돌아왔던 일도 있었다"며 울먹였다.
재호가 가느다란 삶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성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성씨는 재호가 또래보다 몸이 작고 지능도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힘들게 유치원 과정을 끝까지 마치게 했으며, 어려운 형편에서도 혼자 힘으로 재호에게 맞는 식이요법을 10년째 연구중이다.
마르지 않는 자식사랑이 재호를 지금까지 지켜 오고 있다.
병원약 외에는 쓰지 말라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재호 간병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해 자신만의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 것. 성씨는 "한때 재호 또래의 건강한 아이들이 지나가는 것조차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신경이 예민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재호는 언제까지 사랑하는 나의 아들입니다"라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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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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