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롱베이 뱃길

"중국 구이린(桂林)과 비슷하다던데…그곳보다 나을까?"

베트남 하노이국제공항에 내려 하롱베이로 향하던 길에 문득 호기심이 발동했다.

몇해전 다녀온 구이린의 비경에 대한 기억은 하롱베이(下龍灣)에 도착한 순간 깨끗하게 지워지고 말았다.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80㎞ 떨어진 하롱베이는 구이린의 수천배나 족히 커 보이는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기 때문이다.

겹겹이 쌓인 수많은 섬들, 호수같은 잔잔한 바다.

머리 속으로만 그리던 진경산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하롱베이에 얽힌 전설.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다 산이 깎이고 땅이 패여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비경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섬들은 낯선 이와의 대면이 수줍은 것일까. '세계자연유산' 하롱베이는 잔뜩 흐린 하늘로 신비스러운 회색톤만을 연출해낸다.

맑은 날은 맑은대로, 흐린 날은 흐린대로 나름의 운치가 있다.

하롱베이 유람은 하롱시 바이차이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목조 유람선을 타고 40분가량 호수같은 바다위로 미끄러지듯 가면 섬의 심장부에 닿는다.

깎아지른 섬, 낙타 등 같은 섬, 뾰족한 섬, 여성 젖가슴을 닮은 섬... 배는 겹겹이 포개어진 섬과 섬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간다.

하롱엔 이같은 섬이 모두 3천여개나 오밀조밀 모여있다.

이름이 붙여진 것은 고작 수십여개. 이름없는 섬들이라고 대수일까. 섬들이 다른 곳으로 사라질 것도 아니고….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섬들은 항해 내내 뿌연 안개 속을 오가며 연신 숨바꼭질을 한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주위로 과일을 파는 수상족들이 몰려 든다.

"투 달러!" 한 소년이 바나나를 손에 들고 유람선에 능숙하게 올라타며 흥정을 벌인다.

수상마을 인근에서는 아예 수상시장을 만들어 놓고 각종 해산물과 과일을 파는 곳도 있다.

원하면 회까지 떠준다니 강한 생활력마저 느껴진다.

수상마을을 지나면 배는 천궁(天宮)동굴에 닿는다.

수천, 수만년동안 천장에서 흘려 내린 종유석과 갖가지 모양의 석순을 보노라면 별천지가 따로 없다.

하롱베이엔 이런 동굴이 수없이 많을 뿐 아니라 동굴마다 제각각 재미있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동굴들은 프랑스, 미국과의 전쟁시 게릴라들의 주요 거점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해적들의 소굴로도 이용되었다고 한다.

동굴을 나서 다시 배에 오르면 시장기가 돈다.

유람선에서 마련한 해산물 요리가 입맛을 돋운다.

게와 새우요리가 우리 입맛에 딱이다.

허기를 채우다 보면 유람선은 어느새 종착지에 되돌아 와 있다.

4시간 동안의 하롱베이 투어는 마치 일장춘몽처럼 끝을 맺는다.

유람선 투어는 기본 4시간 이외에도 6시간, 1박2일 코스 등이 있다.

인원수에 관계없이 유람선 이용료는 1시간당 7달러다.

글.사진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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