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린이날을 보내며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 직후 헐벗고 굶주리며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을 모아 그들의 보금자리로 설립한 것이 신망애육원이다.

설립예배에 참여했던 인연으로 5월 5일이면 많은 원아들의 합동생일잔치에 함께 하게 되었다.

창립 49주년 행사를 빛낼 관계자들은 큰 행사관계로 모두 참석지 못하였다.

예상치 않은 축사를 부탁 받아 즉흥적으로 하였지만은 참 미안했다.

이곳의 후원자들도 함께 한 가운데 축하예배, 아이들의 다채로운 순서, 축하만찬을 마치고 4년 전에 작고하신 황용석 장로님의 딸인 원장과 아이들이 고사리 손을 흔들며 환송했다.

돌아오는 길에 강물이 유유히 굽어 흐르는 곳, 숲이 우거진 공원에는 명쾌한 음악소리가 온 대지를 울리는 듯했다.

수많은 인파가 운집한 잔디밭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옷을 입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글짓기, 그림 그리기, 합창, 유희 등의 초호화 잔치가 신망애육원 행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는 민망스러웠다.

신망애육원도 사회변천에 따라 운영모델이 변하였다.

이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위탁하거나 결손가정의 자녀들을 수용하거나 미혼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이 양친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양육을 받았던 출신 선배들 중에는 교수, 목회자, 기업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은 불우하지만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는 불행한 길을 가지 않기를 소원한다.

생활문화는 발전해 가는데 소외된 곳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은 인색해지는 것 같다.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여러 곳의 학원학습 때문에 지쳐 고달픈 모습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린이날만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과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제도와 사회풍토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녀를 과잉보호하지 말라고 모든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존중받고, 꿈을 마음껏 펼치게 하자. 나아가 이 나라의 주역들이 되도록 키웠으면 한다.

전경홍 가정의학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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