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미국 학교가 들어온다는데 우리 애는 중학교 과정 입학이 될까요?"
"글쎄요. 4년 내로 개교한다니 그 전에 서울의 학원가에서 입학 관련 정보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영어 공부 열심히 시키셔야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2008년까지 외국인 학교가 들어선다는 발표가 있은 며칠 뒤 한 영어학원에서 본 학부모 상담 모습이다.
벌써 저런 걸 묻는 학부모가 있나 싶어 참견하려 했지만 이어진 이야기가 말문을 막았다.
"마침 중학교 들어가면 유학을 보낼 일이 큰 고민이었는데 그 학교에만 들어가면 걱정 않아도 되겠네요? 그나저나 어떻게 준비를 시켜야 하나?"
"학교서야 불가능한 일이고, 저희들이 일단은 미국 사립 중학교 선발에 대해 알아보고 필요한 걸 시킬 테니 걱정 말고 맡겨 두세요".
가히 엄청난 교육열이었다.
받아들이는 학원 관계자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도 적잖이 놀라운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사교육 시장에서 보이는 이런 풍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이는 자녀를 어느 쪽으로 보내야 사회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빠르게 판단하고 거기에 온갖 열정을 쏟는다는 의미이다.
사교육 관계자들은 이를 적절히 활용해 개인지도, 그룹과외, 출장과외 등 갖가지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넓혀왔다.
이런 교육열과 그로 인한 사교육 시장 팽창의 책임을 무작정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건 곤란하다.
우리의 교육열은 교육 자체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얻게 되는 사회적 성취에 맞춰진 것이고, 여기에는 학력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대학과 사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방임한 국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최근 부유층의 조기 유학과 일부 영재들의 미국 대학 진학은 국내 대학의 경쟁력 약화를 읽은 교육열에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문대 입학이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학부모들은 해외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인천에 설립될 외국인 학교에 과열이 예상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문제는 교육계에서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의 일방향성 교육열은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 나가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으니 국내라도 막아야지' 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결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학부모의 교육열을 일방향이 아니라 다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쉬운 예로 전인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을 여러 줄로 세우는 식의 평가, 대학입시, 사회적 성취 제도를 도입한다면 전인 교육에 투자하지 않을 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내 안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채 그저 내가 옳다, 네가 옳다 싸움만 하다가는 병만 키울 뿐이다.
학부모의 교육열은 꼬리도 잡지 못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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