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기 유학의 허와 실

영어 능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면서 어학 연수를 목적으로 자녀를 해외로 내보내는 학부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데도 해외 유학으로 인한 국부의 유출이 만만찮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어지간한 학부모라면 자녀를 해외에 보내는 문제를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자녀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그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어에 흥미를 잃는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렵사리 다녀왔다면 연계 교육을 통해 영어 실력을 유지하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조기 유학 유형

종전의 조기 유학은 특수한 여건인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유학이나 직장 등의 사정으로 인해 가족 단위로 다녀온 것. 그러나 최근에는 영어 교육에 관심과 열정이 높은 학부모가 어학 연수를 목적으로 조기에 자녀를 해외에 보내는 사례가 허다하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해외 어학 연수를 떠나는 학생도 많다.

이런 단기 연수는 영어 실력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 해외 문물을 경험하고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자각하도록 하는 동기 부여의 목적이 강해지고 있다.

자녀의 유학을 위해 가족 모두가 해외로 떠나기 어려운 관계로 엄마와 자녀만 보내는 소위 '기러기 아빠'도 적잖다.

이 역시 경비 부담이 만만찮지만 대부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령이라 혼자만 보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엔 현지에서 학생들을 보살펴주고 관리해주는 '가디언(guardian)' 서비스도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조기 유학 성공 요건

조기 유학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 영어 실력 향상이다.

특히 국내에선 아무리 애를 써도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회화 능력 향상을 위해 조기 유학을 근본적인 처방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읽고 쓰는 능력도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조기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을 살펴보면 영어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들 못잖은 영어를 구사하고 활용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생활영어 회화만 어느 정도 해낼 뿐 읽고 쓰기는 국내에서 학원 강의를 잘 들은 또래 학생들보다 오히려 못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조기 유학 성공 여부는 사전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느냐와 현지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했느냐에 달려 있다.

떠날 지역과 학교, 묵을 가정 등을 철저히 알아보고 자녀의 성격과 잘 맞을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자녀를 편하지 못한 가정이나 학교로 보내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새로운 문화나 생활, 친구 관계 등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믿을 만한 친지가 없다면 차라리 국내 학원이나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키는 영어 공부가 한층 자녀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귀국 후 연 학습이 더 중요

조기 유학을 다녀온 뒤 영어 실력이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놓고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헛일로 만드는 사례가 적잖다.

영어는 자전거 타는 기술처럼 일단 한번 익히기만 하면 활용하지 않아도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영어권에서 익힌 영어 활용 감각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연계 영어학습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유학의 효과는 급감한다.

나중에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학생보다 오히려 뒤질 수도 있다.

특히 성적이 중요한 우리나라 중.고교 영어 학습의 방식에 몰리다 보면 영어 학습의 필요성에 대한 혼란까지 겪을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해 완성한 조기 유학은 투자 비용과 시간 이상의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또 하나의 모국어로써 영어를 체득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로 잘 활용한다면 다가오는 국제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인으로 성장하는데 유리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조기 유학 실패와 성공의 관건은 준비부터 귀국 후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김도경(세인트폴 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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