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어공부 왕도는 있다 나만의 비결을 가르쳐 주마

요즘 엄마들은 영어 때문에 두 번 죽는다고 한다.

학창 시절 10년 이상 영어 공부를 했지만 자녀를 가르치는 데는 무용지물인데다 영어 공부의 개념과 방법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어떻게 해줘야 좋을지 알 수가 없기 때문. 학원에, 과외에, 어학연수에, 조기유학까지 별별 방법을 생각해보고 각종 교구에, 교재에, 미국 교과서까지 연구하지만 좀체 길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도 곳곳에 '실력파' 어린이들이 적잖다.

그들은 어떻게 영어를 접했고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왔는지, 부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렵사리 두 어린이와 엄마들을 만났다.

하유리(대구범일초 6년)양과 박세진(대구지봉초 4년)양. 둘 모두 또래 미국 어린이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췄다.

우리나라 학생들에 비해서는 4, 5년 정도 앞선 영어 능력이다.

둘은 공부해온 과정과 방법이 크게 달랐다.

유리양은 교환교수로 나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한 유학파인데 비해 세진양은 학원 수강이 전부인 국내파. 관심 분야와 공부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유리 엄마 김영미(39)씨는 맞벌이지만 세진이 엄마 정수진(35)씨는 전업 주부로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모두 높았으나 방법에서는 차이가 났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두 어린이와 엄마들의 경험을 따라가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동기가 없으면 시작도 안 된다

유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 학교에 입학했지만 일 년 가까이 영어 공부 자체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영어 환경에 거부감까지 비쳤다.

어머니 김씨는 함께 영화나 소설책을 보는 정도로 그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가 영어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수학 시험을 봤는데 가로 세로라는 단어를 잘 몰라 틀렸어요.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지만 평소 수업시간에 질문이나 발표도 잘 못 했는데 시험까지 망치고 나니 화가 났습니다".

세진이는 일곱 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여덟 살 때부터 학원에도 다녔지만 스스로 흥미를 붙이게 된 건 해외 여행을 통해서였다.

"학원에 가면 언제 집에 가나 지겨운 날이 더 많았어요.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외국에 가 보니 말도 하고 물건도 사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류에 빠지는 건 엄마로 족하다

김영미씨는 유리가 말을 배울 무렵부터 매일 밤 국어책과 영어책 한두 권을 읽어주고 테이프를 들려줬다.

일곱 살이 되자 영어 교습을 받게 했고 유명한 교재.교구도 사줬다.

그러나 김씨는 여덟 살이 된 유리가 영어 그림책도 제대로 못 읽는 모습을 보고 허탈감에 빠졌다.

"좋다는 건 다 했는데 성과가 없자 스스로 반성했습니다.

아이를 탓할 문제가 아니었죠. 그때부터는 주위 얘기를 듣지 않고 노래 부르기나 영화보기 같이 아이가 좋아하는 방법을 찾아 함께 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정수진씨는 교사 출신답게 영어 교육에 소신이 뚜렷했다.

"많은 엄마들이 영어 교육에 실패하는 건 귀가 얇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성공했느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내 아이에게 어떤 방법이 맞을지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입니다". 정씨는 한 가지 교재, 한 가지 방법이라도 꾸준히만 하면 효과가 있다고 여겨 세진이의 성격에 적당한 방법을 생각했다.

그 결과 우리말처럼 낱말카드로 영어 교육을 시작해 같은 수준의 책을 열권 단위로 보여주고 테이프를 들려준 뒤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엄마가 공부해야 아이 실력도 높아진다

정씨는 세진이가 학원에 다닌 후에도 집에서 함께 하는 공부에 더 힘을 쏟았다.

영어전문서점의 직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드나들며 좋은 교재와 활용법을 물었다.

출판사 등에서 하는 워크샵, 설명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학원에서는 보통 잘 한다고만 얘기하죠. 엄마가 같이 공부해봐야 아이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파악할 수 있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학원이 모든 걸 다 해 주리라 생각하는 건 금물입니다".

김씨는 유리가 미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 년 동안 딸보다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여유가 있는 날엔 영화 비디오 테이프 서너 개씩 봤다.

"내가 의사소통이 안 되니 딸 아이의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노래를 부르고 서점이나 비디오 가게에 다니고 하면서 아이의 공부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려 했습니다.

지금도 영화를 보고 책 읽는 건 함께 합니다".

재미가 있어야 성공한다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하지만 유리와 세진이 모두 영어 공부 자체에 흠뻑 젖어 있는 건 아니었다.

유리의 경우 지금도 좋아하는 소설 읽기가 영어 공부의 가장 큰 이유다.

미국에서는 학교 공부를 위해 영어 공부를 했다.

김씨는 "어학연수나 조기유학 하면 엄마들은 대개 영어 공부에 목적을 두는데 교과 학습과 지식 축적에 초점을 맞춰야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차분한 성격의 세진이는 "숙제하기가 힘들다"면서도 "읽고 듣기 테스트 결과가 잘 나오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정씨는 "즐겁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주고 잘 하는 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실력은 절로 향상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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