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쌀

품질 좋은 쌀로 이천 쌀이 손꼽힌다.

임금님에게 진상했던 쌀이어서 품질은 오래 전부터 공인된 셈이다.

그 이천 쌀의 원류는 '이천 자채'라는 벼에서 비롯된다.

자채 벼는 올벼로, 논에 직파해서 잔손질을 많이 하는 등 타지방과는 다소 다른 방법으로 재배했다고 한다.

밥에 기름기가 흘러 맛이 아주 좋은 대신 수확량은 적어 일반인이 맛보기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해방 이후 새 품종들에 밀려나기 시작한 자채는 통일벼가 보급된 1970년대 완전히 사라졌다.

쯠자채는 특정한 품종을 말하는지 이천지방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쌀을 통칭한 것인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이천 지방의 지형과 기후조건이 벼 생육에 적당한데다 질 좋은 토양을 가진 논에 정성을 들여 재배했기에 품질 좋은 쌀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예로부터 자채 벼가 다른 지방에는 없었고 현재도 이천서 나는 쌀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씨 없는 감이 청도 특산이 된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쯠이천 쌀의 유명세 덕분에 경기도에서 나는 쌀은 다 좋은양 '경기미'라는 이름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고급쌀의 전설이 된 자채의 후광이 빛나고 있는 셈이다.

그 후광을 살려나가는 것은 역시 후손들의 몫. 몇년 전 경기도는 경기미 이름을 공모해서 '경기으뜸이' '일등경기미' '미소' 등을 공식 선정, 브랜드화 경쟁을 촉발했다.

그후 '상주쌀' '안동쌀' 등 지명을 딴 브랜드가 많이 나타났고 최근엔 '우렁이쌀' '메뚜기쌀' '미풍당당' '고향내음' 등 아주 다양해졌다.

쯠이같은 쌀의 브랜드화는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쌀 개방 협상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왔다.

그러나 경쟁력은 기발한 이름 경쟁이 아니라 품질 경쟁력이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6일부터 미국과의 쌀 개방 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쌀 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관세화 유예 기간 10년이 올해로 끝나기때문에 재개된 것이다.

양자협상으로 진행되는 쌀 협상은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태국 호주 등이 줄지어 있다.

쯠연말까지 끝내야 하는 이 협상에서 현행대로 관세유예 조치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외국 쌀에 관세를 붙여 수입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관세유예 조치를 유지하려면 최소 수입물량을 크게 늘려야 하는데 미국은 국내 소비량의 20%를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관세조치를 택하면 최고 4백%의 세금을 매길수 있지만 의무 수입물량은 예외가 된다.

10년전 아우성쳤던 쌀 문제. 자채와 같은 경쟁력있는 쌀이 나오지 않으면 또 아우성속에 우리쌀은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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