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부부-(4부.19)외국인이면 어때요

▨국적과 문화 차이보다 성숙한 사람들이 만나는가가 중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한국인-외국인 혼인은 2만5천658건으로 총 결혼건수의 8.4%에 달한다.

전년도(1만5천913건)에 비해 61.2% 증가했고, 일본의 총 결혼건수 중 국제결혼 비율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일본-2002년도 현재 국제결혼 비율 4.7%) 이런 추세는 중국 교포를 비롯한 아시아인들과의 혼인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제결혼한 부부들이 많이 소개되고 외국과의 교류도 증가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북한 결핵 퇴치에 힘쓰고 있는 유진벨 재단의 인요한 박사,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미즈노 슈ㄴ페이 전남대 교수, 방송활동을 하는 이다도시씨 등이 한국인과 결혼해 성공적인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부 중심의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장점

이주현(33)씨는 2000년에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라이언스(32.계명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씨와 직장에서 만나 2년 전 결혼했다.

이씨는 "한국말로 대화해도 통하지 않는 한국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과는 영어로 대화해도 얘기가 잘 통했다"고 하면서, 특히 부부 중심의 가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한다.

서구식 부부관을 갖고 있는 남편 덕에, 결혼 후에도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갈등을 겪는 일반적인 한국부부들과 달리 자립적인 결혼생활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편이 요리, 세탁과 같은 생활의 기본훈련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부부 문제보다는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더 문제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제도나 시선 때문이다.

은행 거래와 관공서 업무는 이들이 수시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다.

특히 한국 여성과 외국남성이 결혼할 경우 반대의 경우보다 불편함이 더 크다.

호주제 등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족편제 때문이다.

한국여성과 외국남성이 결혼하는 경우 한국여성이 호주가 되고 결혼 사실과 배우자가 호적에 등재되지만, 주민등록등본에는 남편이 기재되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시선도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백인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호의적이지만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들은 냉대한다든지, 연애할 때는 의혹의 눈초리로 보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의혹을 거두는 식이다.

이런 의혹의 눈초리 때문에 외국 남성과 사귀는 한국 여성들은 대체로 결혼을 서두르게 된다고 한다.

라이언스씨와 이주현씨는 한국식, 서양식 부부의 장단점을 따지기에 앞서, 성숙한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해야 한다는 원칙에만 충실하다면 국적과 문화의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결국 어떤 국적이냐보다는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시아인과의 결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비

1990년 이후 국제결혼의 국적별 구성을 보면, 한국 여자-외국 남자와의 결혼은 일본〉미국〉기타〉중국 순으로 큰 변동이 없는 반면, 한국 남자-외국 여자와의 결혼은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중국〉미국〉기타 순이던 것이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기타〉일본〉미국 순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현상은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업체,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 중국 동포, 베트남, 필리핀 여성들과의 결혼을 주선하면서 비롯되었다.

한국 여성들과의 결혼이 여의치 않는 한국남성들과 가족의 경제적 궁핍을 해결하려는 일부 아시아 국가 여성들의 이해가 맞물려 이들과의 결혼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업체도 생겼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한국 농촌으로 시집 온 아시아 여성들을 위해 한국어 강좌를 여는 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들이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도움은 미흡한 편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올해 초에 종교 단체에서 아시아인 아내들을 위해 '작은꽃 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정도이다.

외국인노동자센터의 김경태 목사는 진정한 애정으로 다른 아시아국가의 신부를 맞아 결혼하는 경우는 더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지만, 조건 만으로 결혼하는 경우는 많은 경우 파국을 맞게 된다고 지적한다.

다른 아시안과의 결혼에 관련된 많은 문제는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정의에서 비롯되는 면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할 수 없으니 '우리보다 못한 나라'의 신부감을 맞이하겠다는 손쉬운 발상이나, 이들과 조화롭게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무조건 우리 사회에 맞추어 살라는 강압적 태도는 개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외국인. 그들이 한국에서 한국인과 더불어 어떤 삶을 살든 국적과 혈통만으로 '외국인'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우리도 모르게 피부색과 국적에 따라 외국인의 등급을 정해 다른 차별을 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경(대구사회연구소 연구원) parkk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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