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유통업계 "지금이 진짜 IMF"

'대구 경기가 제일 나쁩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한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어버이날까지 매출을 종합해본 결과 깜짝 놀랐다.

작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전국 21개점 가운데 최하위권인 15위였던 것. 백화점 관계자는 "수도권점, 광주점 등을 포함해 전국 광역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중 매출 신장률이 꼴찌라는 것은 대구 경기가 바닥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인 1일에도 타 도시 매장에선 가족단위 쇼핑객들이 몰려 휴일 매출 이상의 특수를 누렸지만 유독 대구점만은 평일 매출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업총괄팀 김성수 팀장은 "지역에 큰 기업이 없기 때문인지 매출이 타 도시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대구.동아백화점도 마찬가지여서 이번달 들어 지난해 대비 5~15% 매출이 감소하는 등 유통업계에선 "그나마 기대했던 5월 특수가 사라졌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매출 신장률이 감소하고 있어, 한 지역백화점의 경우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이 99년 22%에서 2000년 13%, 2001년 8%, 2002년 5%로 차츰 감소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역신장을 기록, 2003년엔 -15%, 2004년 5월 현재 -13%를 기록하고 있어 전에 없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불황의 바람은 시장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정작 IMF때는 어려운 줄 몰랐는데 시장에는 지금이 오히려 진짜 IMF"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상인 박재홍씨는 한마디로 "사람들의 구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IMF때는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에 어려움이 덜한 것 같았는데 경기가 나아지는 듯 하다가 다시 나빠지니까 체감 경기는 훨씬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에 민감한 영세 상인들은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대형 서점도 많이 생겨난 데다 경기가 좋지 않아 당장 하루 하루 문을 열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 경기 위축은 요식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요식업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유행 요식업이 서울에 이어 대구에 내려왔다가 부산 등지로 퍼져나갔지만 요즘은 인기 아이템이 대구까지 내려오려면 경기도, 광주, 부산까지 거치고 내려온다"면서 "경기가 좋은 도시에서 음식 유행 아이템을 주도하는데, 대구 순위가 한참 밀린 것을 보면 경기가 나쁘긴 나쁜 모양"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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