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딱한 1명' 위해 병무지침 수정 화제

"절망하다시피 했는데 이제부턴 정말 열심히 살아야죠".

경북대 생명공학부 1학년인 최승준(22)씨는 지난 3월부터 뜬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기 일쑤였다.

IMF로 남편의 사업실패 뒤 심장질환에 시달리는 어머니(48)와 중학교1년인 여동생(14)과 생활하며 집안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탓에 현역병 입영 대신 월급을 받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 올 3월 10군데 넘는 업체의 문을 두드린 끝에 한 업체에 뽑혔다.

하지만 취업불가 통지를 받은 것.

최씨의 취업 불가판정은 병무청 지침에 따른 것. 인구 감소로 현역병 자원이 부족한데다 전공이 생명공학인 대학생은 의무병으로 분류돼 규정상 현역병 입대만 가능하기 때문. 최씨는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위해 지난 6월 전기공사기능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현역병으로 입영해야 한다는 병무청 연락을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 사업체 부도로 고3때부터 가계가 기운데다 지난해 아버지마저 가출해 최씨는 2002년 입학뒤 1년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휴학, 과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책임져왔다.

그러나 최군에게 최근 믿기지 않는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장갑수 대구경북지방병무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행정 지침을 고쳐 기능요원 복무가 가능토록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 것. 최군은 취업불가 통고 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병무청을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를 전해 들은 장 청장은 본청으로 적성 재분류에 관한 조정 신청을 내는 한편 직접 담당자를 설득해 지침을 변경토록 했다.

결국 부족적성 관련학과 1학년 경우에는 본인이 희망하면 조정이 가능토록 관련지침을 탄력성있게 바꿨다.

이번 조치로 최씨는 앞으로 34개월간 매달 100여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 가족생계를 돌보게 됐고 같은 처지의 입영대상자들도 같은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산업기능요원 복무확정뒤 장 청장을 면담, "열심히 살아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장 청장은 "최악의 민원이 최고의 선생이 될 수 있다"며 "민원인의 얘기를 귀담아 듣다 보면 그 속에서 해결방법이 모색되기도 하고, 행정의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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