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림에 따라 대통령이 다시 집무를 시작했다.
게다가 4월의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여, 복귀한 대통령은 전에 비해 크게 안정된 정치기반 위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노대통령은 이러한 기반 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남기고자 노력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금 당장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 현안을 챙길 때다.
온갖 분야에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정치의 안정적 관리다.
한국정치는 지난 수개월간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총선을 통해 정치인들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었고, 각 정당들의 부침이 두드러졌으며, 정치적 이념의 지평이 바뀌었다.
그 결과 국민들을 부끄럽고 분노하게 만들었던, 부패와 갈등으로 특징지어졌던 구태의 정치가 설자리를 잃었다.
그러한 변화는 대통령의 의지와 정치의 자체 움직임이 맞물려 빚어졌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다.
이제 그 발전적 변화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때다.
자칫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경쟁이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을까 저어된다.
둘째는 경제다.
투자가 부진하고 성장이 저조하여 청년실업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수주간 중국 총리의 긴축정책 발언과 미국의 금리상승가능성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문제는 그 충격이 한국시장에 특히 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한국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의 비중이 너무 큰데 있다고 분석한다.
주식시장에 외국인들의 비중이 큰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우리 국민들이 여유 자금을 주식시장에 가져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기보다 단기적 증권시장에만 몰려들기 때문이다.
주상아파트 분양에 수조원씩 몰려드는 부동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정책, 즉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정치적 환경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외교안보다.
외국인들이 직접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북핵문제로 대표되는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이다.
악화일로를 걷던 북핵문제가 6자회담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지만 다시금 교착상태에 빠져 타결이 요원해 보인다.
애초에 북핵문제를 가져온 동인이 교착된 6자회담의 틀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 위기가능성을 관리하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모든 세상사는 그 하나로만 존재하지 않고 다른 모든 문제와 복합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외교문제가 특히 그렇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 우리의 자율성은 크게 제약된다.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예정된 일본 고이즈미 수상의 북한방문이 보여주듯 한반도 문제는 주변국들의 정책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우리 정부가 북한, 중국, 일본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되는가? 초유의 강대국인 미국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그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 동맹국인 유럽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었다.
이라크에서 전후관리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반년 후로 다가왔다.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이 모든 것들이 한반도 정세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고도로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국제관계에서는 우리의 이익과 역량을 냉철하게 따지고, 그 인과적 복합성의 실타래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실마리를 찾아 조심스럽게 풀어나가는 극도의 전략적 고려와 판단이 필요하다.
급변한 정국을 반영하여 정치권에서 이라크 파병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군의 포로학대 파문으로 가뜩이나 취약했던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도덕성에 더욱 타격을 입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외교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 젊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이 한미동맹보다 소홀히 취급될 수는 없다"고 한 모 정치인의 발언은 정말 섬뜩하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말을 연장하면, 외적이 쳐들어오는데 죽을지 모르니 맞아 싸우지 말라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모한 정치논리 속에서 외교의 전략성을 유지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다.
김태현 중앙대교수 국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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