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연애와 결혼

정말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일까. 아니 혼인제도는 필요한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12 단편집 '울 준비가 되어 있다'를 읽다 보면, 과연 결혼은 개인의 행복을 위한 필요악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12편의 단편들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그리고 다양한 몸짓으로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있어 하나같이 공통적인 점은 사랑이 끝난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다.

늘 함께 운동과 취미 생활 그리고 모임에 나가는 부부가, 언제부턴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 때의 폭풍처럼 사랑한 연인들이 어느 순간에 그 믿음과 열정이 사라지고, 불신과 고독의 바다에서 몸부림치다 각자 다른 짝을 찾는다.

그러나 그 짝마저 단지 고독을 함께할 뿐 진정한 짝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결혼은 대체 어떤 사람과 해야 하나. 정말 나의 반쪽이 이 지구상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그 반쪽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 반쪽이 진정한 나의 반쪽이란 것을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나.

숨을 쉬듯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잃어 간다.

꿈 ,열정 그리고 사랑,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고독이 주인처럼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그 소유에는 의심 없는 마음이 필요하다.

매일하는 다툼보다는 해결 된 것 하나 없는 화해가 부부관계를 단절시킨다.

연애는 사랑을, 결혼은 믿음을 더 요구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여인들은 고독에 강하다.

그녀들은 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물은 끝과 시작을 동시에 의미한다.

사람은 끝이 나도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단지 변덕스러울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새 푸대의 술처럼 상큼한 감정의 순화를 의미한다.

그러기에 그녀들이 항상 울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구광렬 시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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