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아의 초강세로 막 내린 칸 영화제

제57회 칸 영화제가 22일 저녁(현지시간) 시상식에서 최근 내놓은 수상작 명단 중 가장 파격적인 결과를 발표하며 막을 내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시아 영화의 강세다. 아시아 영화의 주요 부문 수상작은 심사위원대상인 '올드보이'(박찬욱)와 남우주연상의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 두 편이었고 프랑스 영화지만 '클린'에 출연한 홍콩 출신 여배우 장만위(張曼玉·영어명 매기 청)에게는 여우주연상이 돌아갔다. 이밖에도 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오른 태국 영화 '트로피칼 맬래디'(아피찻퐁 위라세타쿤)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칸 영화제는 역사상 아시아 영화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부문에서 수상을 한 영화제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 뒤 "올해 영화제가 제시하려고 했던 새로운 방향은 아시아에 무게 중심이 쏠린 결과를 낳았으며 앞으로도 아시아 영화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영화의 강세는 이미 초청작 발표에서부터 예견이 됐던 것. 올해 영화제의 경쟁부문 19편 중 6편은 아시아 영화로 채워졌으며 이들 영화는 시사회 관객 수에서나 현지 소식지의 별점에서나 비교적 고른 호평을 받았다.

한편 칸 영화제는 경쟁부문에 오른 프랑스 영화 세 편에 골고루 상을 안겨줘 자국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클린'(여우주연상), '룩 앳 미'(각본상), '에그자일'(감독상) 등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프랑스 영화는 모두 수상에 성공했다.

최고 영예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화씨 9/11'이 선정된 것은 결과적으로 현지 영화팬과 영화인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용감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강력한 후보로 예상이 되기는 했으나 다큐멘터리인데다 미국 대통령 부시를 거세게 비판해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선뜻 황금종려상을 안겨주기에는 주저했을 법하다.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부자 일가와 오사마 빈라덴 가문간의 30년간에 걸친 뿌리깊은 사업적 유착관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로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담고 있다.

가장 큰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영화제 후반 공개돼 호평을 받았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신작 '2046'이 수상에 실패한 것. 왕자웨이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큰 기대를 모았지만 팬들의 환호만을 간직한 채 아시아 영화가 휩쓴 올해 칸 영화제에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올해 수상작들에 대해 눈에 띄는 불만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는 영화제 내내 초청작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던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어 보인다. 초청작 중에는 유난히 이름난 거장의 작품도 많아 지난 몇 년간 초청작에 대해 심각한 비판에 직면했던 칸 영화제는 올해 가장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칭찬을 받았다.

비경쟁부문의 장 뤽 고다르(우리의 음악)와 장이머우(張藝謨·연인)를 비롯해 에밀 쿠스트리차(라이프 이즈 어 미러클)과 왕자웨이(2046) 등이 영화제를 찾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이노센스)와 코언 형제(레이디 킬러) 등이 영화제에 무게를 실어줬다. 감독상 수상작 '에그자일즈'(Exils·추방된 사람들) 도 마찬가지.

'에그자일즈'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두 젊은 남녀가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알제리로 향하는 귀환기로 테크노에서 집시 음악까지 아우르는 음악을 통해 두 남녀의 내면을 그려내는 토니 가틀리프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아무도 모른다'는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배 다른 네 남매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로 주인공 야기라 유야는 10대의 나이에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장만위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클린'은 전 남편 올리비에 아사야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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