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조기개각 '고심' 고심

탄핵안 기각 이후 중폭수준의 개각을 통해 집권2기 내각의 순조로운 출범을 기대하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고건(高建) 총리의 제청권 난색이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돌출함에 따라 고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이미 두차례나 고 총리에게 제청권 행사를 요청했으나 고 총리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면서 난색을 표시했다.

김 실장은 24일 다시 고 총리를 만나는 등 '삼고초려(三顧草廬)'의 모습까지 갖췄으나 고 총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25일의 국무회의를 전후해서 노 대통령이 직접 고 총리에게 부탁한다면 고 총리도 어쩔 수 없이 제청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김 실장은 23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주말쯤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고 총리의 태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이삼일 내에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개편대상은 통일부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3개부처다.

당초 예상된 5~7개 부처 규모의 중폭 개각에서 크게 축소됐다.

이는 제청권 행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고 총리를 배려한 고육지책이다.

4.15총선 직후 그리고 노 대통령의 직무복귀 직후에는 청와대와 여권핵심 주변에서 전면개각을 통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탄핵심판기간 동안의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다잡고 집권2기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청와대 비서실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내각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또한 당직을 사퇴하고 입각을 희망하고 나선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 등 잠재적 대권주자후보군에 속한 두 사람간의 입각경쟁이 과열되면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측의 조기개각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

사의를 표명한 고 총리의 제청권행사 난색이라는 복병을 만난 청와대는 이번에는 3개 부처에 대해서만 개각을 단행하고 새 총리가 인준되고 난 뒤 후속개각을 단행한다는 묘책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이번 개각은 '정치개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권2기의 국정운영 안정을 위한 개각이라기 보다는 후계구도 관리차원의 개각이라는 성격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청와대 비서실장은 23일 "대통령은 전면개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전면개각의)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장관자리를 둘러싼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간의 신경전도 날카롭다.

정 전 의장-통일부, 김 전 대표-복지부로 가닥이 잡히자 김 전 대표 측은 "정 전 의장 측이 가로챘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 전 의장 측은 함구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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